22일 밤 설악산 등산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23일 새벽3시부터 오색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대청봉에 오르니 아침7시 정도가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설악산 정상에 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운명을 달리하신 시간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실은 산행 중 10시 넘어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아 장난치지 말라고까지 했다. 정오가 넘어 전화가 빗발쳤다. 민주당 자체 분향소 설치 문제서부터 참으로 많이 당황스러웠다. 산속에 있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고.

시민센터와 노사모 그리고 민주당 원주지역위원회가 함께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전화로 확인시켜주고 서둘러 집에 도착하니 딸이 내게 처음 하는 말이 "아빠 노무현 아저씨 불쌍해서 어떡해, 유서도 그냥 너무 인간적이야". 딸의 그 말에 다시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서둘러 설치한 분향소에는 애도하는 시민들이 줄지어 조문했고, 대부분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어떤 이는 1시간 이상을 고인 영정만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다 돌아가기도 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솔직담백했으며 지역주의 극복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해 한 몸 던졌고,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이끌어 동포 간에 신뢰를 쌓으려 했고,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을 살리려 했으며, 대외적으로 비겁하지 않고 국민 자존감을 지키려 했고, 검찰을 시녀로 부리지 않고 독립시키려 했던 고인의 뜻을 생각하니 장례기간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남북관계, 균형발전 등 채 못다 푼 많은 숙제를 우리에게 남기고 역사 속으로 떠났다.

중앙정치는 이번 역사적 비극과 관련하여 대통령 사죄, 책임자 처벌과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애도의 물결과 추모민심을 반영한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 즉 노무현 시대에 대한 올바른 평가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5년 성과를 우리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참여와 주권의식으로 만들어가야 할 시민민주주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정립하기 위한 진보적 자유주의, 대화와 타협,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실현하고 다양한 가치와 주장을 흡수하여 통합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께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는데 원주는 이와 관련한 최대 수혜지역인데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기업도시 성공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혁신도시 또한 이전 공공기관 축소나 출장소 형태의 운영이 거론되는 등 혁신도시가 유령도시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원주시민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며, 그것이 노 전 대통령께서 갈구했던 지역균형발전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가신 노 전 대통령께 이제는 좋은 곳에서 책도 마음껏 읽으시고 편히 쉬시길 기원하며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친근한 아저씨요, 할아버지로 기억할 것이고,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당신의 뜻을 받들며 살겠노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