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화재단 설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많다. 문화재단 설립 추진위원회 내부는 물론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화재단에 이렇듯 관심을 보이는 표면적 이유는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어 갈 민간기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등 복잡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원주문화재단의 조직구성이다. 원주시는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인 카나비를 문화재단 내에 두는 것으로 하는 1국 1센터 체재를 기본 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기본 안은 설립 추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카나비는 현재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문화재단은 슬림화된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카나비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화재단과 기능중복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문화재단 내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위원회는 격론 끝에 카나비는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쟁점이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문화재단을 이끌어갈 이사진을 구성하는 일이다. 이사회가 문화재단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단이 설립되면 문화예술 창작지원금 지원과 관련한 업무가 원주시에서 문화재단으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제사보다 젯밥에 있어서는 안된다. 문화재단은 그동안 자치단체가 이끌어 온 문화예술 정책의 상당부분이 민간으로 이양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문화재단 설립이 문화예술계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젯밥 보다는 제사를 지내는데 더 충실해야 한다. 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고민해도 문제는 없지만 기초가 잘못되면 훗날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 다양한 계층의 의견 수렴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원주시가 마련한 기본계획의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담당 공무원이 타 자치단체의 사례를 참고하는 등 나름대로 최상의 방안을 내놓았겠지만 민간조직을 설립하는 것인 만큼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논의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문화예술계 내부가 워낙 복잡해 하나의 안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공청회라도 개최해 다양한 문화예술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구 설립에 걸맞는 모양을 갖추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