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운동장을 누비며 공을 차는 사람들, 비로봉FC.

'비로봉FC'는 축구가 좋아 만난 20~40대 청년들이 10년 넘는 세월 동안 가족처럼 끈끈하고 단단한 결속력을 갖춘 조기축구 모임이다. 1994년 오뚝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돼 1998년 '비로봉FC'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 한종필(39·새마을금고 개운점) 회장을 비롯해 40여명의 회원들이 토·일요일 새벽6시 상지대 운동장에서 만나 3시간 정도 공을 차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을 하다보니 토·일요일 중 허락되는 날을 택해 축구를 하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준비해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운동 후 함께 먹는 밥은 꿀맛이다.

선수경력을 지닌 회원이 한명도 없다보니 생활체육협의회 가입 후 첫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후 이렇다 할 수상내역은 없지만 단지 축구를 좋아하는 순수 아마추어 팀으로서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주말을 이용해 공을 차다보니 자칫 가정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연합축구대회나 연 2회 개최하는 야유회는 가족들과 동반 참여해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거나 가슴 뭉클한 감동의 순간들도 많다고 한다. 회원 중 누군가 이사를 할 때면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고 아침 운동을 마치고 모두 달려가 이삿짐을 나른다. 여럿이 힘을 합쳐 일을 하다 보니 일도 수월하고 재밌게 할 수 있었다고. 그러다보니 도배나 집수리를 해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한종필 회장은 "한번은 회원이 이사를 했는데 보일러 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가 모두 고장 나 있었다"며 "회원들이 각자 전문분야를 맡아 고장난 부분을 다 고쳤다"면서 회원들 간의 돈독한 정을 자랑한다. 충주에서 열린 초청경기에서의 일화도 있다. 경기 도중 한 회원의 코뼈가 부러져 거액의 치료비가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적립해 놓을 만큼 회비가 넉넉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다친 회원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라 경제적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 한종필 회장

한 회장은 고심 끝에 형편대로 치료비를 보태자고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하루 만에 거의 모든 회원이 5만원씩 보내와 당사자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전달했다. 하지만 당사자와 그 부모는 이들의 정성에 감동받아 치료를 마치고 전달했던 금액을 고스란히 들고 왔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회원은 운동이나 회원 간 돕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따뜻한 지난 얘기를 들려주던 한 회장은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아 나누었던 일들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쯤되다보니 비로봉FC는 회원들 개개인에게 조기축구회 이상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한 회장은 "비로봉FC가 오늘날까지 오는 동안에는 조용히 도와주는 분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며 "중앙시장에서 생선도매업을 하고 있는 '지은네 생선(대표: 김호상)'에서는 협회비 7만원을 매월 내주고, 현대·기아자동차 부품대리점 '강원상사(대표: 김희성)'에서는 분기별 연합체육대회 참가비 30만원을 매회 내준다"면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했다.

한편 비로봉FC는 축구를 좋아하는 20~30대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가입비는 5만원이며 유니폼 값이 포함돼 있고 매월 2만원의 회비로 전반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문의: 010-9057-0411(한종필 회장) 임춘희 기자

회원명단: 권혁규, 김병철, 김재준, 김준배, 박기준, 안병항, 연대웅, 우해영, 이관희, 최경환, 최명선, 최성필, 최종천, 허훈, 현병철, 고명훈, 곽돈규, 김도형, 김정훈, 김희성, 문하영, 박건영, 박순태, 안병하, 원종문, 유영웅, 이상동, 이찬철, 이희동, 이희철, 장세순, 지영돈, 채희명, 최영수, 최완복, 최인섭, 추구호, 한종필, 허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