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골 신선한 바람이 목을 스치면 머리카락의 나부낌마저 맑게 느껴지는 곳 가나안 오리. 돌담을 따라 금낭화가 얌전하게 피어 있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푸른 생명들의 작은 몸짓이 평온하다.

오리고기로 명성이 자자한 가나안 오리가 단구동에서 용수골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복닥거리는 도심을 벗어나서인지 임재석 대표의 표정이 여유롭다. 임 대표는 "허술해 보이는 옛 집을 토닥거리느라 손에서 일을 놓을 새가 없다"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뭐니 뭐니 해도 오리는 로스구이로 먹어야 제 맛. 발갛게 피워 달군 참숯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생 오리고기를 올리면 금방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느끼한 기름은 빠지고 고기는 야들야들 하다. 먹음직스러운 즉석 양념 채소 무침은 이곳의 자랑. 잘 구워진 오리고기와 함께 신선한 채소무침을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여러가지 반찬이 필요없지만 곁들여 나온 더덕무침에도 안주인의 솜씨가 배어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한 번 익혀서 나온 훈제구이는 살짝만 익혀 머스터드소스나 고추냉이소스에 찍어 먹으면 궁합이 맞다.

오리구이를 다 먹고도 왠지 부족하거나 개운한 것이 생각난다면 양념닭숯불구이 1인분(8천원)을 추가하면 양념닭의 매콤함이 입맛을 돋운다. 식사로 나오는 녹두죽이나 오리탕은 넉넉한 인심의 안주인이 베푸는 서비스다. 찌개로 마무리 하고 싶다면 된장찌개(2천원)를 주문하면 된다. 고기를 구워먹는 동안 호일에 싸 숯불위에 올려놓았던 고구마가 적당하게 구워진다. 포만감에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을 것 같지만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골고루 맛보고 싶다면 생오리반훈제반(3만2천원)과 양념닭참숯불구이를 함께 주문해도 좋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생오리구이(2만8천원)와 여름특선 메뉴로 능이버섯오리백숙(4만5천원), 능이버섯토종닭백숙(3만5천원), 칡냉면(5천원)이 준비돼 있다.

세월을 견뎌낸 흔적으로 반질반질하게 닳아있는 대청마루에 등을 대면 계곡물에 발을 담근 것 같은 시원함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천장을 장식한 서까래며 오르간과 텔레비전 등 오래된 옛 물건들에 시선이 머문다. 대문간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방엔 군불을 지피고 싶을 만큼 정겹고, 마당 구석구석엔 농사일에 사용되었던 농기구들이 한가롭다.

용수골 바람이 그대로 통과하는 뒤꼍에는 평상을 놓아 올 여름 명당이 될 듯. 시원한 생맥주로 더위를 달래도 좋을 여름밤이 기대되는 곳이다.

오리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이 우수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건강음식이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은 다른 육류에 비해 함량이 높고 비타민B₁과 B₂도 풍부하다. 이로 인해 질병 저항성이 뛰어나고 적응 능력도 월등히 높아 예로부터 보양음식으로 애용되어 왔다.

동의보감에는 오리가 사람의 기운을 보강해 주고 비위를 조화롭게 해주며 여름철 열독을 풀어준다고 전한다.

▷문의: 7648292(가나안 오리)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