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제물론에 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가 나온다. 원숭이를 부리는 사람이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했다. 그래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3개 주겠다'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좋아했다는 이야기다.

원주시는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 협약을 체결하고 2012년 원주시 온실가스 배출량 203만3천톤의 5%인 10만2천톤의 온실가스 저감을 목표로 기후변화대책과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기후변화대책행정을 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구의 날 행사를 통해 기후변화문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행사를 하였고 앞으로 탄소포인트제도, 저탄소 주택인증사업, 친환경에너지 자립형시범마을 조성 등의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원주시의 정책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고 시민들도 원주시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함으로서 조성될 쾌적한 환경에 대한 기대로 여론이 좋은 것 같다.

지금 지구는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는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의 사용과 개발로 중병을 앓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자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기후변화협약'이라는 형태로 제시된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탄소배출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먹는 농식품은 석유에서 나오는 원료를 중심으로 한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화학비닐, 농기계에 의해 재배되고 있고 역시 석유를 이용한 차량에 의해 먼거리를 움직인 것을 먹는다.

우리 일상생활은 예전 같으면 걸어다닐 거리를 차를 타고 다니며 우리집안에서 쓴 모든 가전제품은 탄소배출 덩어리들이다. 잠을 잘 때도 화석연료를 때고 산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시민들 스스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소비를 줄이고 검약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을까?

원주시의 정책은 또 한편으로는 탄소유발을 증대하는 개발을 한축으로 하고 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비롯해 도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원주시 주변에 수개의 골프장이 계획되고 있어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더불어 차량의 증가가 불가피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총량적으로 원주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원주시도 이미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2012년의 도시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기후변화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니까 한쪽으로는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도시개발과 에너지사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정책이 추진되고, 한쪽으로는 시민들에게 에너지 저감생활을 요구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와 일부시민들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욕심과 도시의 성장욕심은 줄어들 것 같지가 않다. 경제성장도 해야 되고 환경도 지켜야 한다는 이 모순된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원주시의 중심철학이 환경인지 아니면 개발과 성장인지 어정쩡한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원주시의 정책방향이 환경을 중심에 놓고 자립과 자족의 공동체사회로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필자의 눈에는 원주시가 주창하는 건강도시, 안전도시, 기후변화협약도시 등이 정치적 제스춰와 이벤트로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원주시는 시민사회를 원숭이로 보지 말아야 하고 시민사회는 도토리에 본질을 놓치는 원숭이가 되면 안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