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초면 수암리에서 태어나 1976년 농사를 시작한 정한용 소초농협 조합장은 각종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수십차례 농민시위에 참가하는 등 농민운동을 해왔던 인물이다. 사전 준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농민정책을 보고 더이상 정부에게 기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소초농협 조합원들은 지난 2월 조합장 선거에서 정 조합장을 선택했다. 지난 4월 임기를 시작한 정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저에게 거는 믿음과 기대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소초농협이 조합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에 추진했던 사업은 필요 이상의 투자가 이뤄져 실질적으로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감소했다는 것.

소초농협 본점과 장양지점도 규모에 비해 너무 크게 신축하다보니 2층 일부는 임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10억여원이 투입된 벼 건조장도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투자한 사업이라고 정 조합장은 지적했다. 과도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손실을 막기 위한 자금이 빠져나가 조합원 환원사업이 감소했다는 것.

정 조합장은 "기존에는 직원과 조합원의 격차가 커 각종 사업이 조합원에게 반영되기 어려웠다"며 "우선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을 섬기도록 직원 교육부터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조합장이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조합원 요구사항 수렴이었다. 조합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모두 57가지를 수렴한 정 조합장은 사업의 규모와 내용에 따라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조합원과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합에서 농기계를 구입해 조합원에게 저렴하게 임대함으로써 농가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해는 농약을 20% 저렴하게 판매해 생산원가를 줄이고 영농총회에서 현금으로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정 조합장은 "농협의 진정한 가치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주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일정한 시간대에 수집해 제 때에 제값을 받고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조합장은 직접 판매처를 돌며 농산물 판매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주에서 생산되는 복숭아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소초농협은 올해부터 변화와 혁신작업에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원주에서 잡곡은 신림농협, 쌀은 문막농협으로 불리듯 소초농협은 복숭아의 원산지로 불려져야 한다는 것. 소초농협 조합원이 생산하는 쌀은 연간 11억여원을 차지하는 반면 복숭아가 25억원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주에서 복숭아는 소초면 일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정 조합장은 "고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의식이 중요한데 생산과정에서 시기별 재배관리와 약재살포 등을 사전에 전화 메시지를 통해 알려나가 일원화한 후 체계적인 복숭아 생산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치악산복숭아 연합사업을 통한 유통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복숭아 판매처를 찾아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가 생산지를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농협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큰 만큼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바뀌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