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보고서 중의 하나가 IPCC 보고서가 아닌가 싶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 환경프로그램(UNEP)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UN산하에 설립한 기구다. IPCC는 1990년 1차 보고서를 시작으로 5~6년 간격으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가장 최근에 발표된 제4차 보고서는 지난 6년간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약 2천5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것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구와 인류의 충격적 미래를 담고 있다. IPCC 4차 보고서 공동 저자이자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테리 루트는 '인류가 현재 대규모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고 단언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IPCC 제4차 보고서의 내용을 간단히 추려보면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후시스템의 온난화는 현재 관찰되는 지구 평균기온과 해수온도의 상승, 광범위한 눈과 빙하의 융해 및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살펴볼 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틀림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인류의 활동에 의하여 발생한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화 이전시대부터 증가하여 왔으며,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에는 70%나 증가하였다는 사실로써 지구온난화는 산업화 시대 이후 인류의 활동이 직접적인 원인임을 지적하였다. 셋째,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지속된다면 21세기에 온난화가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지구 기후시스템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세기에 관측한 변화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넷째는 인위적 온난화 및 해수면 상승은 온실가스 농도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기후 과정 및 피드백에 따른 기간으로 인해 수세기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향후 수세기 동안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마지막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킬 수 있고, 기후변화는 국가가 그러한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를 달성할 능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핵심은 기후변화는 분명한 진실이고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확고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구성된 미국대학총장기후변화위원회는 이러한 확고한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미국 대학총장들은 대학 자체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거대한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버드대는 보스턴시와 협약 체결을 통해 건물 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기로 선언하고, 녹색캠퍼스 대출펀드 프로그램을 통해 2년 동안 6천726톤의 이산화탄소와 17만 3천 배럴의 물, 90톤의 매립 폐기물을 줄이기도 했다.

원주에서는 얼마 전 지구의 날을 기념해서 4월 18일부터 24일까지를 기후변화대응 주간으로 선포하고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동안 지역에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았던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채로운 홍보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한결 높아진 시민들의 관심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는 미국 대학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이러한 관심과 인식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보와 교육,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생각과 생활을 전환하는 실천이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 사회의 핵심적 과제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구호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실천을 통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원주를 물려줄 수 있음을 함께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