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어느 학자가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잠, 자리, 공개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첫 번째의 잠은 그것을 받고 잠을 잘 잤으면 선물이고 밤잠을 설쳤으면 뇌물이라는 것이며, 두 번째의 자리는 자리를 바꾸어도 받을 수 있으면 선물이고 못 받으면 뇌물이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받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으면 선물이고 비난받거나 언론의 기사거리가 되면 뇌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느라 나라 안팎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600만불은 잠의 기준에서는 본인이 아니라서 모르더라도 자리와 공개의 기준에서는 뇌물이 된다고 본다.

법을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시절을 거쳤던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법 준수를 솔선하지 못하고 여러 번 법에 거스려 행하거나 발언하더니 600만불의 뇌물수수 여부가 문제가 되니까 변호사 출신이 아니라 할까봐 부인을 통해 증거를 제시해 보라고 버티고 재임 중에는 몰랐다고 하면서 법망을 치졸하고 교묘하게 피해 보려는 술수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무수히 보아왔던 문제 정치인들의 일단 모르쇠 전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는 물증이 없어 항변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마음으로는 그가 이미 불법으로 퇴임 후를 준비했겠구나 하는 심증을 갖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 앞에서 항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는 개인 홈피를 폐쇄하면서 지도자로서 자기를 버려달라고 했던가. 

어느 사회나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지도층에게는 그 지위에 맞는 권력과 명예가 주어지고 특수한 정보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가 더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의 지도층에게 이러한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지도층 본인들의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소유한 물질과 명예 그리고 권력 등을 국민과 사회를 위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가리키는 프랑스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켜야 하는 지도층이라고 하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종교지도자, 경영자, 언론인, 학자, 의사와 법조인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지도층에게는 그들의 행위를 보고 따르는 많은 부하들과 추종세력이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있어서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경영자가 기업의 자원을 개인의 용도를 위해 사용한다거나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친구나 친척들에게 특혜를 준다면 그것을 목격한 그 기업의 종업원들은 비윤리적 행동이 용인될 수 있음을 암시받게 될 것이고 결국 따라하게 될 것이다.

은행원들이 혼자서 또는 공모로 고객의 예금을 불법계좌로 수십억원씩 빼돌리거나 복지관련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장애자나 저소득층에게 지급해야 할 지원금을 사취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그 조직의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비윤리적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회 지도층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늘려가는 데 힘쓰는 동안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사회는 병들어 가리라는 것은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당연한 원리다. 우리 사회를 살리는 것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도층이 도덕성을 회복하여 윤리적 리더쉽을 발휘하고 국민들은 지도층을 신뢰하며 따르는 건전한 공동체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다같이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