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당초예산을 전용하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시 전용내용이 예산안에 표시되거나 고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방재정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각 항의 예산액 범위 안에서 각 세항 또는 목의 금액을 전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기하고자 자치단체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예산안 심사 시 전용내용이 예산안에 포함돼 있지 않고 별도의 고지가 없다보니 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혼란을 빚고 있는 것.

김주완 의원은 지난달 23일 행정복지위원회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당초예산에 5천만원으로 돼 있던 제13회 청소년예술제 예산이 1억원으로 증액·편성된 이유를 집행부에 물었다. 그러자 집행부에서는 예산안에 1억원으로 표기는 됐지만 실제 예산은 5천만원이고 당초 예산에 계상돼 있던 청소년예술제 예산 5천만원은 박경리 선생 조형물 제작을 위해 전용을 했다고 답변했다. 종합하면 청소년예술제에 쓰려던 5천만원이 조형물 제작을 위해 전용되다보니 예산서에는 5천만원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 청소년예술제 예산은 0원이 됐고 이를 다시 당초 계획했던 5천만원에 맞추다보니 5천만원을 증액해 1억원으로 편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청소년예술제 예산으로 1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억원의 예술제 예산이 과다하다고 판단, 5천만원을 삭감했다면 예산서에는 사업예산이 5천만원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 예산은 없는 경우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의회에서는 예산전용 항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확인결과 당초 예산을 전용한 사례가 모두 여섯 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희 의원은 "의회가 전용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예산심의를 하면 이번처럼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며 "예산안에 전용 내용이 표기되거나 예산 심의 시 전용 내용이 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예산전용 내용은 결산서에 사유와 함께 표기되기 때문에 사후 결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후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만 같은 항목이면 무한대로 전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안되며 예산확정 후 인지하지 못했던 사정변경이 발생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확정예산을 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