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청사에서 무실초등학교 방면으로 송삼길을 따라 난 굴다리를 지나본 적이 있는가.  굴다리 하나 지났을 뿐인데 한순간 딴 세상에 온 듯, 허름한 가게 하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에 '이 산이 아닌가베' 하며 되돌아가기 일쑤지만, 자연 속에 폭 안긴 송삼마을에 오묘하게 어울리는 감자탕집 하나가 눈에 띈다.

"일단 맛을 보고 평가해주세요." 명가감자탕(대표: 한두희, 김은경)은 흔한 말이지만 '정말로' 맛으로 승부한다. 지난 2003년 평택에서 음식점을 차려 대박을 터트린 한 대표는 잘 나가던 가게를 포기하고 아내 김은경 대표의 고향 원주로 이사를 왔다.

보통 시청사 주위 식당가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쉴 새 없이 돌아가게 마련인데, 평택시청에서 900m 거리였던 그때나 원주시청에서 900m인 지금이나 거리는 달라진 것이 없건만, '고놈의 굴다리' 탓인지 명가감자탕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택에서는 24시간 감자탕을 운영했는데 '손님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프렌차이즈로 시작한 한 대표가 식당을 부흥시킨 데에는 '위기가 기회로 전환된'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조리법 및 소스제작을 지도할 프렌차이즈 관련 직원이 전날 과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 없이 눈대중으로 비슷하게 만들다보니 맛 없는 집으로 소문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대표는 자신만의 소스와 맛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색깔을 띈 감자탕집을 새로 냈고, 손님들은 오히려 그 맛에 열광한 것.

당시 보험왕이었던 한 대표는 적지 않은 수입원을 포기할 수 없어 아내의 힘을 빌어 직장 일을 병행하며 가게를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고향으로 가서 아예 우리 건물을 짓고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지난 2007년 원주에 둥지를 틀었다.

원주에 처음 왔을 당시만 해도 찜 요리가 없었단다. 요리에 대한 실험정신이 강한 한 대표는 찜 요리를 개발해 손님식탁에 서비스로 내놓으며 평가를 받았고, 호응이 좋자 메뉴에 올려 판매를 시작했는데, 2~3달 지나고나니 원주 시내 대부분의 감자탕 집에 찜 요리가 등장했다고.

이 집의 강추요리는 감자탕(중·2만4천원)과 목뼈찜(중·2만5천원)이다. 무더운 날이나 쌀쌀한 날 모두에 인기가 있는 감자탕은 손님들이 무난히 찾는 메뉴다. 그런가하면 청량고추보다 매운 베트남 고추를 사용해 술안주로도 제격인 목뼈찜은 매우면서도 강한 맛이 중독성 있다. 또 콩나물과 더불어 당면도 들어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대표는 메뉴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검은콩탕(5천원)도 개발했다. 70년대 어머니가 콩을 넣고 푹 끓여 내놓은 탕이 생각나 2주만에 개발했다는 검은콩탕은 고소하고 부담 없는 맛 때문에 메뉴를 일치시키는 일행을 뒤로하고 검은콩탕만을 고집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한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알밥도 개발했다. 아이들 정량에 맞췄으며, 가격도 3천원으로 부담없다. 색색깔의 옷을 입은 알밥은 짭조름하니 맛도 좋아 아이들 입맛에 딱이다. 실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엄마들이 아이들 밥을 다 해치워버린다고.

요리에 곁들이는 특제소스는 일주일동안 숙성시킨다. 그래야 양념이 잘 융화돼 적절한 맛이 어우러진다.
탁 트인 200석 규모에 5개의 방이 따로 있어 단체손님은 물론, 특별한 손님을 대접하려는 단골손님들이 자주 찾고 있다. 내부에는 놀이방이 설치돼 있어 가족단위 손님들도 많다.

외진 곳에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는 세상은 그림과도 같다. 봄에는 배꽃,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후덕한 이웃인심에 복숭아도 따먹을 수 있다. 가을엔 밤이 무성하고 겨울엔 눈 내리는 풍경을 벗 삼아 좋은 사람과 기울이는 술잔이 기 막히다고.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한다.

▷문의: 748-7852, 010-4944-1513(명가감자탕, 한두희)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