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조례안 입법예고 후 의회심의 전까지 토론과 논의가 제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입법예고 사실을 좀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아이템 개발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원주시의회 제129회 임시회. 각종 기금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상임위에서 가결된 것이 관련 단체 반발 등으로 인해 본회의에서 모두 뒤짚어지는 혼전을 거듭했다.

당시 상임위에서 기금폐지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관련 단체 반발에 대해 "조례안 입법예고 전 간담회도 하고 입법예고까지 했는데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다가 이제 와 반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나타냈고 단체들은 "시와 의회가 중요한 사항을 처리하면서 관련 단체들과 전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원주시의회는 결국 본회의에서 '관련 단체로부터의 의견수렴'을 전제로 기금폐지 조례안을 계류시켰다. 농업안정발전기금의 경우 상임위 심사 당시 농업인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이야기됐으나 지난달 18일 진행된 원주시와 농업인단체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기금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회복지 관련 기금폐지 조례안은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수렴 과정이 아예 없었으며 조례 계류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단체들은 기금폐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조례안에 대해 원주시와 시의회만 소통이 있었을 뿐 정작 조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체와의 소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시가 발의하는 조례안은 법적으로 20일 동안 입법예고를 하고 있다. 이는 주민이나 조례와 관련있는 단체들로부터 입법예고안에 대한 찬·반 또는 수정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예고 후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통해 의회에 제출할 내용을 확정하게 된다. 이렇게하면 입법 과정 상의 하자는 없다.

하지만 이번처럼 주민 여론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시가 제·개정을 추진하는 조례안이 주민들의 이익과 상충되면 늘 충돌이 있는 만큼 입법예고 후 토론과 논의의 장이 제도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시가 주민 복리증진을 위해 일하고 의회가 주민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하지만 시나 의회의 결정이 곧 주민의 의사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주민의 의견이 시정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입법예고 사실이 주민들에게 잘 전달돼야 하고 입법예고 후 관련 단체와의 토론회 등을 제도화해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회 역시 진정한 대의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의원입법 발의 조례안을 두고 스스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처럼 조례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례안 뿐만 아니라 예산과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을 위한 의견청취안에 대해서도 일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