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씨가 줄연 250개를 이어만든 창작연.

지난 3월 열린 제39회 부산 국제연날리기축제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원주의 자랑이자, 강원도에서 유일한 연날리기 전승자인 이병헌(38, 태장2동) 씨다. 대부분 참가자가 50~70대로 전승자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이 씨는 이날 대회에서 창작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강원도에서 혼자라 연습할 상대가 없어 외롭지만, 원주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지역 소속팀에 들어가지 않고 당당히 원주명찰을 달고 나간다"며 "처음엔 취미였는데 지금은 사명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6년 전 초등학생인 아들 숙제를 도와주다 우연히 시작한 연날리기는 이 씨의 삶에 크게 파고 들었다. 집에 있다가도, 직장에서도 바람이 불면 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지난 24일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매섭게 불던 저녁시간, 취재를 위해 이 씨를 만난 곳도 태장교 위였다. 이 씨는 줄연 250개를 이어 만든 창작연을 날리고, 싸움연을 조정하고 있었다.

이 씨는 태장2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연을 날리고 있으면 구경을 한다.

연은 직접 제작하는데 연에 사용할 한지와 얼레와 종대(연 실타래)를 직접 고르고, 대나무 깎는 칼을 이용해 연 대를 만든다. 한지는 가능한 원주한지를 사용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씨는 그림도 직접 그린다. 그는 "호랑이 문양을 그리는데는 4시간 정도 걸린다"며 "연이 무거워지면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 단색으로 그린다"고 설명했다.

연의 종류에는 투연(싸움연), 창작연, 스포츠연이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창작연을 했는데 지금은 투연을 연습하고 있다. 도내에는 연습상대가 없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고. 해서 매주 일요일 연습상대를 찾아 수도권이나 인천 등지를 오가고 있다.

우리나라 연날리기 전승자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고령인 데다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전파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또 "연날리기는 문화를 겸한 스포츠의 일종"이라며 "대중화되어 우리나라의 연 역사가 후손에 전승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날리기를 하면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에도 좋다고 이 씨는 말한다. 투연은 연의 방향을 조정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이고, 연이 끊어지면 연을 찾으러 온 사방을 헤매야 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된다. 또 연을 날리려면 허리를 꽂꽂이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무리 연세가 많아도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이 없다고.

가족간에 우애도 다질 수 있다. 아빠, 엄마와 함께 연을 날리며 뛰놀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일지 상상해 보라. 이 씨의 두 아들도 쉬는 날에는 "아빠, 연싸움하러 가자"고 조른다. 이 씨는 "대중화가 시급하다"며 "방과후 교실이나 연날리기 체험활동 등을 통해 보편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 보편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에 연박물관이 없는데 박물관을 만들고, 원주에서 연날리기대회를 개최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취미생활을 이해해 주는 아내(노윤희 씨·38)에게 너무 고맙다"며 "4월에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를 고심 중이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