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바쁜 일로 인해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하는데 어젠 졸린 눈을 깨우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자 하현달이 남쪽하늘에 높이 올라 있었다. 한 시간 정도만 있으면 미명(微明)이 시나브로 다가올 텐데 그간 내게 비춰진 하현달의 모습은 신선하기만 했다.

도시생활에서 밤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원주만 해도 가로등 불빛, 상점건물들의 광고판, 네온 등으로 도심에서는 별빛을 찾아보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별을 보는 것은 초등학교 학부모님이 학생들과 함께 횡성이나 영월 천문대를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행사인 것 같고, 대부분 시민들은 별을 보는 여유없이 바쁜 도시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별 볼(?) 필요가 없어진 것도 이유겠지만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별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하늘을 모르고 사는 요즈음 세대는 우주맹, 별맹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숭상하는 민족으로 언제나 하늘에 기도하고 하늘을 의지하고 살아왔으며 하늘이 삶의 일부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선사시대 고인돌 덮개에 그려진 북두칠성 그림이나 TV에서 방영된 주몽 드라마에서 나타난 삼족오 깃발은 태양을 상징하며, 검은 흑점까지 또렷이 표시해 놓은 것을 보면 명확하다.

삼국시대 천문을 살폈던 첨성대나 만원권 지폐에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고구려시대로 기원이 올라간다. 조선시대의 천문학 발전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인데 지금 우리는 밤하늘을 잃어버리고 너무 바쁘게 살아간다.

원주 인구가 지난해 30만명을 돌파해서 중부내륙의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는데 역동적인 우리 원주에 과학문화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 시민천문대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각 지역마다 천체관측시설이 있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관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지역에도 봉화산이든 양안치 고개 정상이든 어디에라도 시민이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시민천문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별맹, 우주맹을 타파하는 현대의 상록수 운동이 우리 원주에서도 활발히 일어났으면 한다. 그 시작이 시민천문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측한지 400년이 되는 해로 세계천문의 해라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밤 하늘 별을 찾아 한번쯤은 밖으로 나가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등학생들의 관심분야가 과학인 경우가 참 많은데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바르게 자극하고 탐구하는 아이들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