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일간지를 보니 최근 정부 내에서는 '신빈곤층'이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신빈곤층이라는 말은 지난 정부 때부터 나오던 용어로 휴대폰, 자가 차량 등이 있음에도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빈곤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을 일컫는 용어다.

그래서 '일하는 빈곤층'이라고도 불려왔다. 그런데 최근 이 용어가 현 정부에서 새롭게 생겨난 빈곤층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앞으로는 '위기가구'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용어를 바꾸는 것까지야 탓하고 싶지 않고 자칫 말꼬리나 잡는 것 같아 관심은 없지만, 아쉬운 것은 지금 정부의 통치기간 동안 생겨난 빈곤계층을 이제는 인정을 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실용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두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용어야 어떻든 우리가 알고 있던 신빈곤층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자리가 없거나 생계 수단이 없음으로 인해 극단의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뛰는 환율과 물가에 결국 부도가 나버린, 나름대로 건실했던 중소기업의 사용자와 직원들, 작은 가게라도 내서 소박하게나마 밥벌이를 하던 자영업자들과 결국 폐업해 버리는 가게들,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신빈곤층은 이렇듯 몰락한 중산층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데도 지금 정부에서 생산해 낸 빈곤층이 아니기 때문에 쓰지 말라니…. 그럼 그들은 언제부터 빈곤층이 되었던 말인가?

사회복지란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일할 능력이 없는 보호대상은 사회 안전망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복지 서비스의 기본 상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가장 기본적인 사회복지의 원칙을 지켜 나가기보다는, 병원에 민간 투자를 허용해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주식회사 병원(영리병원)을 세우기 위해서 서두르고 있고, 사회복지 서비스 공공성의 핵심을 흔드는 바우처 방식을 더욱 확대하고 노인요양보호제도를 시장의 논리에 맡겨버려 무한 경쟁의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과 센터에 대한 실사를 강화하고 차등지원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운영방식을 없애고, 보다 효율적으로 기관과 시설을 운용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이를 통해 줄서기나 기관간의 졍쟁이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편에 있다.

여하튼 백번을 양보해서 '신빈곤층'이 아니라 '위기가구'라고 표현한다고 하자. 과연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예비 실업자인 대졸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이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는데….

직장을 잃은 이들의 막막한 생계는 어찌할 것이며, 하루 아침에 부도난 사장님들과 그 직원들의 앞길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위기가구라는 용어로 바꾸면 해결될 일인지 궁금하다.

물론 정부 탓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우리들 가운데도 나눔에 대한 발상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한꺼번에 두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라고 했던 미국의 거액 기부자의 말이 생각난다.

각박하고 힘들수록 서로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시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