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인생의 축소판이자 종교.
  자기수양 못하면 아름다움
  창조할 수 없어…
  내 마음을 먼저
  정화하는 것이 중요"

　김학철(68·연극협회 원주지부장) 극단 '산야' 대표. 김 대표는 강원도 최초의 연극단체 극단 산야의 창립멤버이자 원주는 물론 강원연극 4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외가가 있는 원주에서 태어났지만 은행지점장인 부친을 따라 유·청소년기를 강릉에서 보낸 김 대표가 연극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우연히 동아리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내성적인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경희극회'에 입회한 것이 그 인연이다. 지난해 타계한 탤런트 문오장 씨와 황일청 MBC 성우실장 등이 김 대표의 1년 선배로, 당시 함께 무대 위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대학 극회에서 연극의 기초를 익힌 뒤 64년 원주로 돌아온 그에게 운명같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위해 시공관을 찾았다가 한쪽 사무실에 붙은 '앙상블 연극연구회'라는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슴없이 들어선 사무실 내에서 김 대표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친동생으로 원주 연극의 시발점이자 산파역할을 한 고 장상순 선생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신상옥 감독이 이끄는 신상옥프로덕션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던 장 선생은 당시 건강문제로 원주에 머물면서 연극에 관심있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분장과 발성 등 연극의 기초를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김 대표는 "연극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생 옆에서 보조역할로 참여하며 교육을 돕고 65년에는 연극 춘향전을 만들어 원주와 횡성을 돌며 공연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그해 김 대표가 군에 입대하고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도 직장을 구해 하나 둘 흩어지면서 '앙상블 연극연구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원주에서 연극이 다시 꽃을 피운 것은 김 대표가 군에서 제대한 67년. 김 대표는 장상순 선생을 비롯해 이장환(대성고 국어교사), 김윤경(원주문화원 사무국장), 이재익(신아일보 기자), 서영하(사업) 씨 등 몇몇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최초의 연극단체 '산야극회'를 창단한다. 오늘날 극단 산야의 출발점이다.

　극단 산야가 68년 1월 창립공연 이후 100여회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동안 김 대표는 연기자이면서 연출가이자 제작자로 무대 위를 누볐다. 1인 3역, 1인 4역 이상을 도맡으면서도 연극을 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절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그렇지만 춥고 배고팠던 시절 지역 예술문화의 첨병이라는 사명으로, 연극 불모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회고한다. 김 대표가 연극을 위해 쏟은 열정은 극단 산야의 역사이자 그대로 강원연극의 역사가 됐다. 오늘날 원주연극 발전의 자양분이 됐음은 물론이다. 

　김 대표나 극단 산야를 지켜 본 문화계 인사들도 "척박한 지방연극 토양 속에서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 온 김 대표와 극단 산야의 역사는 강원연극계에 있어 이미 불혹이상의 의미일 것"이라고 말한다. 강산이 네번이나 바뀐 40년 세월속에 녹아있는 연륜과 열정은 그대로 원주연극과 강원연극의 힘이 됐다는 의미다.

　40여년을 무대위에서 보낸 김 대표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김 대표는 "연극은 인생의 축소판이면서 종교"라고 말한다. "연기자의 연기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예요. 연극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때문에 그 주체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가 중요해요.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자기 수양을 하지 못하고 아름답지 않은데 어떻게 아름다움을 창조하겠어요? 내 마음을 먼저 정화한 뒤에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최근 나이까지 잊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있다. 2011년 전국연극제 원주유치가 그것. 김 대표는 내달 4일부터 원주에서 열리는 강원연극제를 전국연극제 유치와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리허설로 보고 있다. 전국연극제가 원주에 유치되면 전국 광역시·도 대표 극단과 해외극단까지 무려 25개 극단이 원주에서 공연을 하게된다고 설명한 김 대표는 개최 도시는 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시설 보완을 하게 돼 지역 연극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강원도문화상을 수상한 김 대표의 수상소감은 "67년 극단 산야 창립 당시 품었던 초심을 잃지 않고 남은 여생도 무대 위에서 현역으로 뛰고 싶다"였다. 후배들에게 물려줘도 한참 지났을 나이에 주위에서 만류하는 연극협회 원주지부장을 다시 맡은 것도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평생 연극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객석을 지켜 준 관객들, 단원들의 협력과 노력. 제겐 큰 축복입니다. 전국연극제 유치가 그분들의 고마움에 보답할 수 있는 일이자 제 연극인생에서 마지막 할 일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