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병의원들의 홍보 문구 가운데 가장 자주 보이는 말이 아마도 '환자를 가족처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의사로서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가 정말 우리 가족이라면 처방을 하겠지만 가족이 아니라서 처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그런 대표적인 경우가 임산부의 치료입니다. 입덧이나 임신중의 감기증상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입덧은 한의학 용어로 '오저(惡阻)'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2~3개월이면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위장장애, 신맛을 원하는 것, 약한 정도의 구역감, 혹은 구토나 어지러움, 정신불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입덧이라고 부르는데, 증세가 가벼우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개 임신 3~4개월 이후에는 자연히 소실됩니다. 그러나 심하게 구토를 일으키거나 영양장애를 유발할 정도가 되면 이것은 임신오저라고 해서 치료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는 태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약 복용을 꺼리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도 임신 중에는 쓰지 말아야 할 약들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대개 이렇게 주의해야 할 약재들은 어혈을 풀어주는 약이나 땀을 내게 하는 약, 그리고 대소변을 수월하게 하는  약들입니다.

이런 것은 기운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을 금하거나 또는 잘 살펴서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한의학에 대한 오해가 범람하면서 임신 중에 한약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로인해 임신한 환자에게 한약 처방을 꺼리는 한의사들도 있는 지경입니다. 후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날이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자기 가족들 가운에 임신오저 뿐 아니라 각종 임신 중의 증상으로 고생하는 이가 있으면 주저 없이 한약 처방을 합니다.

즉, '환자가 정말 우리 가족이라면 치료 처방을 하겠지만 환자를 가족같이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처방을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사가 자기 가족을 치료하는 처방이라면 무슨 염려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증상에 맞는 바른 처방을 받는다면 아무런 염려 없이 건강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