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진흥기금 폐지조례안은 의결
원주시, "폐지 본질 잘못 알려졌다"

농업안정발전기금과 노인복지기금 등 원주시가 설치한 사회복지 및 농업 관련 4개 기금 폐지를 두고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주시의회는 6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원주시가 제출한 각종 기금 폐지조례안을 의결했다.

행정복지위원회에서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녀 장학기금 조례, 노인복지기금 조례, 장애인복지기금 조례, 문화예술진흥기금 조례의 폐지를 의결했고 산업경제위원회에서는 표결까지가는 논란과 갈등 속에 농업안정발전기금 조례 폐지를 의결했다. 5개의 기금 총액은 118억200만원.

그러나 이 의결된 폐지조례안은 문화예술진흥기금 폐지조례안을 제외하고 10일 제12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모두 계류됐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계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복지위원회 소관 폐지조례안이 계류된 것은 관련 단체 반대의 힘이 컸다. 민주노동당 원주시위원회 등 원주지역 9개 정당·시민사회단체는 10일 본회의 장 앞에서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조성된 기금을 전용하기 위한 관련 조례 폐지조례안은 부결돼야 한다"며 장애복지기금 등의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기금을 일반회계로 편성하는 이유가 추경예산의 부족이라고 원주시는 밝히고 있는데, 재원이 부족한 것은 원주시가 호화청사 등 낭비성 예산의 집행으로 53억원의 교부금을 삭감당하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금을 전용해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 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결국 원주시의회는 폐지에 따른 확실한 대안이 마련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조례를 제외한 나머지 사회복지 관련 기금 폐지조례안을 의견수렴을 전제로 계류시켰다. 원주시에서는 의회와 시민단체에게 기금을 폐지해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책 마련과 관련 단체와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농업안정발전기금 폐지에 대해서는 관련 농업인단체보다 의회 내부에서 폐지에 대한 반발여론이 계류를 이끌어냈다. 이준희 의원은 폐지를 의결했던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임에도 본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농업인이 융자보다 보조사업을 선호하고 기금을 폐지해도 강원도 농어촌 진흥기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원주시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폐지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농업안정발전기금은 다른 기금과는 달리 원금과 이자액 모두 운용할 수 있게돼 있어 일반회계의 자금운용원리와 대동소이하다"며 "목표액 100억원의 기금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계획과 이미 완료된 원주시 농업 발전전략의 새로운 보완 내지 수정작업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금을 서둘러 폐지하는 것은 이유도, 설득력도 없고 원주농업의 싹을 자르고 희망을 꺾는 배신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 끝에 결국 농업안정발전기금 폐지는 본회의 표결로 이어졌고 결국 11대 10으로 조례 폐지안은 계류됐다.

김기열 시장은 9일 간부회의에서 "폐지하기로 결정된 기금관련 조례가 일부 시민들에게 그 본질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폐지의 당위성과 향후 지원계획, 특히 노인 등에 대한 사회복지 시책의 변함없는 추진 등이 상세히 설명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재원이 부족하지 않다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금을 폐지할 이유가 없고 재원 부족의 원인이 정부와 원주시에 있는 만큼 기금 폐지는 적절하지 못하다"라는 논리와 "지원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지방재정 부족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기금으로 시행하던 사업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업안정발전기금 폐지 역시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이 있어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관련 단체나 의회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