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우리사회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진리를 탐구하며 고도의 지적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우리사회에 필요한 전문지식인을 길러내는 교육 기관이다. 또한 단순히 최고의 지식인이 모여 지식인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풍부한 교양교육을 통해 우리사회의 지성(知性)을 대표하며 지성인을 육성하는 역할을 하기에 '지성의 요람'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대학교수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개념의 엄밀성과 전문성 뿐만 아니라 삶의 실천성과 현실성과 결합되어 말 그대로의 지행합일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한 이유로 대학교수들이 우리사회에 행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종교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만일 대학교수들이 행하는 언어가 전문성과 엄밀성을 갖추지 못하고 실천과 괴리된다면 대학의 권위와 교수의 권위는 실추되고 더 이상 지성을 대표하지 못한다.

상지대학교는 1993년 구(舊)재단이 부패와 타락으로 물러난 이후,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진과 대학구성원들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학교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공동체 대학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구재단의 재사유화 의도에 대해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은 늘 '민주대학'과 '시민대학'을 표방하며 우리나라 분쟁사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학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고 지역시민사회도 이에 호응해 왔다.

그런데 최근 상지대학교 신임총장의 선임과정은 상지대학교가 그 동안 표방해 온 '시민대학', ' 민주대학'과는 거리가 있다. 상지대학교의 총장은 현재 상지대학교의 구성원들에 의해 선임된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교수협의회와 교직원노조 총회에서 승인되고 교육부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니까 총장을 모시는 체계를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상지대학교가 표방해온 정신과 총장 선임과정은 그 동안 김찬국, 한완상, 강만길, 김성훈 총장으로 이어지는 '민주총장'의 전통을 세웠고 지역시민사회의 호응은 물론 전국 분쟁사학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모신 총장은 상지대학교가 표방해온 '민주대학', '시민대학'의 정신에 부합하는 분인지 궁금하다. 이 분의 이름을 인터넷에 쳐보면 현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프로그램의 선두에 서서 2008년 KBS분쟁의 논란의 한 복판에 있던 사람이다.

이분의 학문과 덕망은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상지대학교 총장과는 다른 경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대로 상지대학교의 총장모심 체계는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듣기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상지대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찬성을 표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나 시민사회의 정신은 권력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성이라는 것도 손바닥 뒤집듯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총장의 선임정신이 권력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면 그것은 지성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다. 그렇다면 이번 상지대학교 총장선임은 다분히 상지대학교 구성원집단의 정치적인 판단과 이해에 기초해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그것은 통상적인 지성의 판단과 거리가 있고 시민사회나 전국 분쟁사학의 염원과는 거리가 있는 집단적 결정이다.

구(舊)재단의 사유화를 막아 보겠다는 선한 생각을 고려하더라도, 구성원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쳤다는 당위를 고려해도 지역시민사회는 마음이 불편하다. 한 집단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집단을 둘러싼 사회적 고려를 하지 않은 오도된 결정을 했을 때 그 파장과 사회적 위해를 우리는 주변에서 무수히 보아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총장선임은 당분간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의 짐이 될 것이고 성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결정도 났고 새로운 총장도 선임되었다. 그분이 현재로서 '민주총장'이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총장과 교수 및 교직원들이 '민주대학', '시민대학'의 정신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살려서 '지성의 전당'으로 자리 잡아 나중에라도 자랑스러운 '민주총장', '시민대학'이라는 영예가 지속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