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지인은 없지만 가까운 인사들 중 원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들이 많아 원주에 오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상지대 7대 총장으로 집무를 시작한 유재천 총장을 지난 5일 인터뷰했다.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에 임한 유총장은 발전하는 도시에서 대학총장을 하게돼 기대가 크다며 자신의 교육철학과 대학 운영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특히 대학교육이 취업을 시키는데 급급해 '기능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인류애와 소양을 갖춰 졸업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것이 지역대학이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라며 시민들이 상지대를 '우리 대학'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원주와 원주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적극 찾아 나설 것이라고 했다. 부담스러운 구재단과의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취업 급급한 기능형 인간보다 인류애와 소양 기르는데 중점
 구재단, 상지대가 안고있는 가장 큰 고민 평화로운 해결 기대
 원주에 뿌리내린 '토박이대학' 시민들이 애정갖고 도와달라

　상지대 총장을 맡게 된 소감이 남다르시리라 생각합니다.
　상지대 총장으로 오게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상지대로부터 제안을 받고 과연 제 자신이 총장직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대학교수로 35년간 재직했는데 마지막으로 반듯한 대학으로 발전시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됐어요. 막상 맡고보니 더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아시다시피 상지대는 원주에서 가장 오래된 말 그대로 '토박이 대학' 아닙니까?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지역을 위해 많은 봉사와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제가 해야할 역할이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 상지학원 관선이사를 맡으신 인연이 있어 생소하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당시 임시이사로 파견돼 다른 이사들과 함께 상지대를 정이사 체제로 전환 시켰습니다. 임시이사를 하면서 상지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됐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없었으면 지금까지도 상지대에 대해 잘 몰라 총장직 제안에 주저했을 겁니다. 또, 그런 인연이 아니라면 대학 구성원들이 제게 총장직을 제안하는 일도 없었으리라 봅니다.
　
　원주에 대한 인상이 궁금합니다.
　임시이사를 맡아 오가던 2002년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원주처럼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한 곳은 없을 겁니다. 물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지정된 기대감 탓이겠지만 활성화되고 발전하는 도시의 대학 총장을 맡게돼 기분이 좋습니다. 전 원주시의 이런 비약적인 발전이 상지대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발전을 모색하다 보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원주로 오는 많은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각 공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교육을 실시할 생각입니다.
　원주에 대한 이해가 깊진 않지만 한지와 옻은 전국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우리대학에서도 관련학과를 만들어 이런 전통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해 볼 생각입니다.
　6년만에 다시 찾은 상지대에 대한 느낌도 다르실 것 같은데요?
　많이 정돈됐고 발전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학교 기반시설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더군요. 전 상지대가 이미 궤도에 오른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보충하면서 내실을 기해 지금보다 더 훌륭한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역대 총장님들이 정말 애를 많이 쓰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특히 전임 김성훈 총장께서는 선진화된 대학풍토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후임 총장으로써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지고 계신 교육철학을 상지대에 어떻게 접목하실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내세우고 있는 교육철학은 중심을 잡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류를 쫓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요. 각 대학들이 앞 다퉈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글로벌화인지 자성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와 외국인 교수를 늘리는 것이 글로벌화의 핵심인양 되어버린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것들이 대학 구성원을 다양화 시키고, 외래문화를 수용하고, 한국문화를 알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전 그에 앞서 우리 학생들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사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인종의 벽을 넘어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외국인 강사를 초빙하고 영어 강의를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외향보다 인종의 벽을 넘어 공존할 수 있는 인류애를 기르는 것이 우선돼야 해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그런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취업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것도 대학의 임무지만 취업도구 역할에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소양을 길러 사회에서 훌륭한 민주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 눈 앞의 취업을 위해 소위 '지능형 인간'을 육성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1, 2학년은 기초학문대학으로 운영해 소양을 배양하도록 하고 3, 4학년은 전공에 집중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커리큘럼 개선 등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할 겁니다. 물론 지금 말씀드린 사항은 어디까지나 대학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할 생각입니다.
　
　대학경영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학 구성원 누구나 대학의 재정과 경영에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공개 하겠습니다. 또 현재 상지대는 기본적인 투자능력을 갖춘 재단이 없습니다. 학생들 등록금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원조달 방식은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자 과제입니다. 지방대학이란 한계 등 여건을 감안하면 얼느정도의 실효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결방안을 찾기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겠습니다.   
　
　지역대학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찾고 추진하려 합니다. 지역대학은 '글로벌화'에 앞서 '지역사회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발전을 하고 글로벌화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상지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지만 제가 재임하는 4년간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 생각입니다. 상지대가 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시민들도 상지대를 사랑하고 상지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전임 김성훈 총장께서 많은 일을 하신 것을 잘 압니다. 그 분이 추진한 생명·환경·생태 등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뿐 아니라 인류가 지향해야할 방향입니다. 당연히 제 임기중에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원주지역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구성원들과 계속 찾겠습니다. 전 앞으로도 할 일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와 봉사, 시민들을 위한 교양강좌 등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상지대를 찾게 만들고 상지대가 시민을 찾아가는 일을 계속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에 옮길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학자시면서 현재 공영방송의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 평소 가지고 계셨던 지역신문에 대한 생각은?
　전 오래전부터 지역신문이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사람입니다. 82년 지역신문인 홍성신문 창간에 관여하는 등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원주투데이가 잘 돼야 원주가 잘 됩니다.
　지난 10년간 구재단의 끈질긴 방해로 많은 행정력을 허비 했습니다. 구재단과의 문제는 어떻게 풀 생각이신지요.
　상지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원주 지역사회는 물론 상지대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이기에 굳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가 풀렸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면.
　더욱 더 반듯한 대학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성장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욱 더 반듯한 대학을 만드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대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을 만나고 난 뒤 그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상지대는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삼위일체가 된 대학입니다. 조금의 아이디어와 지혜만 있으면 그 어느대학보다 빠른 시간안에 성장할 수 있습니다.      
　
　원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지대는 언제나처럼 원주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원주의 '토박이 대학'으로 지역사회 속에 내린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상지대와 원주시는 운명같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내 대학들에 모두 애정을 보내주셔야 하겠지만 상지대에는 조금 더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대담: 오원집 편집국장
　정리: 김민호 기자  사진: 김시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