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 역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3분기 20~30대 취업자 수가 988만명으로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망되는 등 올 한해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경기침체 여파는 곧 서민들과 소외계층의 복지와 직결된다. 가진 자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힘든 시기일수록 국가 역시 소외계층을 감싸고 보듬는 복지정책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는 종부세 축소로 지자체의 복지예산이 대폭 감소되고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세입 축소로 사회복지 정책의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복지 예산의 부족분을 적극 메워 나가야 할 것이다.

차상위계층 가운데 18세미만 아동과 만성질환은 오는 4월 1일부터 의료급여가 아닌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제한해 건강보험에 재정부담을 떠넘기려는 것에 불과하다.

의료급여 본인 부담제와 더불어 의료급여 수급권을 제한하고 빈곤층의 의료보장을 후퇴시키는 정책에 불과하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방기하고 빈곤층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의료급여 건강보험 전환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논리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지출 구조를 유지한 채로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통해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늘리기는커녕 그 수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차상위계층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온 기존의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신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차상위계층 일부에게 부여한 의료급여 수급권 자격을 박탈하여 제한적 국가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복지 재정을 늘리지 않은 채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메우는 식의 단기적 복지 재정 구조조정은 복지 제도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큰 재원 투입을 초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정책은 빈곤층의 건강보장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차상위계층 의료급여의 건강보험 전환 계획을 재검토하고 여전히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300만명의 차상위계층 의료수급권 확대 방안 등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