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도 지쳐 있는듯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운동을 통해 기분을 되살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식탁도 바꿔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날씨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봄나물을 식탁에 올린다면 입맛도 되살아나고 기분도 한결 좋아질 것입니다.

식욕이 떨어지고 오후가 되면 춘곤증이 몰려와 나른해지기 쉬운 봄. 겨우내내 묵은 김치로 식탁을 차리다 보니 지겹기도 하고, 새롭고 신선한 음식이 그리울 때다. 이런 봄날 잃은 입맛을 찾아줄 반찬거리는 해마다 반복되는 주부들의 숙제이다.

예전에는 호미 들고 햇빛 잘 드는 산이나 들로 나가 냉이와 달래 같은 봄나물 한 소쿠리 캐 나물로 무치거나 찌개를 끓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봄나물은 혹독한 겨울을 견딘 식물이기 때문에 그 어느 채소보다 영양이 풍부하다. 산이나 들로 나가진 못하더라도 입맛을 돋워줄 봄나물 몇 가지로 건강을 챙기고 식탁 메뉴도 새롭게 바꿔보자.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해 체력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다.

봄 냉이 땅에 납작 엎드려 방사상 모양으로 자라난 봄 냉이. 겨울바람을 최대한 피하고 땅의 온기를 받기위해 엎드려 있다가 일찍 꽃을 피운다. 겨울 추위를 이겨내느라 초록색이 아닌 보라색을 띠는 봄 냉이는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은 채소보양음식이다.

잎과 함께 뿌리째 먹는 봄 냉이는 단백질과 함께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눈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A는 100g에 하루 필요량의 3분의 1이나 들어 있어 '약초'라고도 한다. 이뇨작용으로 노폐물 배출을 도와 출혈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내장 운동에도 도움이 돼 간염, 간경화 등 간장질환에 작용한다. 육식 위주 식생활인 사람에게 봄 냉이는 위장을 씻어주는 정장초(淨腸草) 역할을 해 소화와 위 건강에 좋다.

깨끗하게 손질해 잘게 썬 냉이를 불린 쌀을 충분히 끓인 다음 넣어 냉이죽을 쑤어보자. 부드러운 냉이죽은 먹기도 좋고 향긋한 냉이향이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또 살짝 데쳐 된장에 무치거나 새콤달콤하게 나물로 무쳐 밥반찬으로 먹어도 뿌리가 달작지근하니 별미다. 된장을 푼 국물이 팔팔 끓으면 콩가루에 한번 무친 냉이를 넣고 한소끔 끓여 구수한 냉이국으로 먹으면 맛있다. 햇빛에 말려 차 다리듯이 달여 꾸준히 마시면 혈압을 조절하고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봄 달래 달래는 뿌리에 많은 영양분이 들어있는 식물이다. 비타민 A와 C, 칼슘이 특히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나 뼈를 튼튼하게 하고 건강한 피부를 지키는데 도움을 준다. 속을 따뜻하게 하는 식물로 한방에서는 알려져 있는데 소화촉진을 돕고 설사나 장염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숙면에 도움이 되고 몸이 찬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다.

비타민C가 풍부한 알칼리 채소이기 때문에 빈혈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마늘에 많이 들어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달래에도 있어 염증이나 바이러스 예방, 살균작용을 해 준다.

막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먹기 직전에 달래를 넣으면 그 향이 입맛을 당긴다. 잘게 다져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뜨거운 밥에 얹어 먹거나 비벼먹으면 맛있다. 또 말끔하게 다듬어 김에 싸서 먹기도 한다. 싹이 가늘고 뿌리가 하얀 것이 자연산 달래이고, 줄기가 갈래갈래 갈라져 있고 뿌리 부분은 둥근 것이 좋다. 

씻어서 물기를 없앤 다음 소주(3배)를 부어 시원하고 어두운 곳에 1개월 정도 두면 달래주가 완성된다. 매일 1잔씩 마시면 스태미나에 좋다고 한다.
　
봄 씀바귀 시골 들판이나 논두렁에 흔하게 자생하고 있는 씀바귀는 먹는 나물 중에서 가장 쓴 나물로 알려졌다. 매콤한 고추장에 무친 쌉쌀한 씀바귀나물 한 접시면 잃었던 식욕이 한꺼번에 돌아온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봄 씀바귀를 먹으면 여름 무더위도 거뜬하게 이겨낸다고 했다.

씀바귀는 성질이 찬 식물이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맞는 음식인데 오장의 나쁜 기운과 열을 내려주어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하지만 설사에는 좋지 않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비타민 A, B1, 철분, 칼슘이 풍부한데 철이나 비타민 함량은 시금치보다 월등히 높다.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있어 항암 효과와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질 만큼 약초에 가까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피로를 막아주어 춘곤증에 시달리는 분들의 고민을 덜어주기도 한다.

워낙 쓰기 때문에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6시간 이상 담가둬야 쓴맛이 어느 정도 빠진다. 쓴 음식을 즐긴다면 3시간 정도만 담가 놨다가 요리하면 되는데 파 대신 달래를 다져 넣으면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봄 두릅 '봄 두릅은 금이고 가을 두릅은 은이다'라고 옛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 비타민 C와 B1 외에 칼슘, 칼륨, 디아스타제, 타닌산 등이 들어 있고 단백질과 단백질 구성요소인 아미노산 조성에 좋아 영양식으로 알려졌다.

드릅나무 뿌리 줄기는 약재로 쓰이는데 싹에서부터 가지, 나무 껍질, 뿌리 껍질까지 모두 혈당강하 작용을 해 당뇨병에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은 신선한 향을 지니고 있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때 효과가 있다. 신장이 약하거나 만성 신장병으로 몸이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이 먹으면 신장기능을 개선해 준다. 모든 체질에 잘 맞고 두뇌를 많이 쓰는 수험생들에게도 좋다.

일반적으로 두릅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바로 찍어먹는다. 식성에 따라 나물로 무쳐 먹어도 된다. 두릅나무 껍질과 뿌리 50g에 물 300∼500ml를 붓고 20분 정도 끓여 하루 동안 나눠 마시면 두통과 어지럼증에 좋다. 초기 감기, 통증이 있는 신경통, 관절염에도 좋다.

봄 민들레 이른 봄에 어린잎과 줄기를 캐서 나물로 먹으면 피로회복에 좋은 민들레. 병충해 피해를 거의 받지 않고 생명력이 강해 도시의 시멘트 벽 틈에서도 잘 자란다. 약간 찬 성질을 갖고 있지만 모든 체질에 잘 맞고 갖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동서양 어디에서나 먹을거리나 민간약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어린잎으로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민들레도 쓴맛이 나는 식물인데 이 쓴 맛이 위와 심장을 강하게 해줘 위염이나 위궤양치료효과가 있다.

몸속 열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해 염증성 질환에 사용된다. 특히 간 해독 작용이 뛰어나 피로감이 심하거나 간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뿌리는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로 먹거나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우엉과 함께 조려 밑반찬을 해도 좋고 기름에 튀겨 먹어도 먹을 만하다. 심하게 피부가 약하거나 붉은 피부가 고민인 사람들은 민들레 잎을 끓여 해초가루와 영양크림을 섞어 팩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꽃이나 뿌리에다 2∼2.5배의 소주를 부어서 20일 정도 두면 담황색으로 우러난다. 여기에 설탕이나 꿀을 넣고 한두 달 숙성시키면 민들레주가 된다. 이렇게 담근 술을 조금씩 마시면 강정·강장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