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원주시의원들이 집행부와의 주요현안 간담회를 앞두고 중앙당 행사에 동원되는 일이 발생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7일 집행부와 간담회가 계획돼 있었다. 교육경비 보조 관련 조례, 노인복지관 증축, 시립중앙도서관 신축, 문화재단 설립 등 시정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간담회는 16일 돌연 취소됐다. 17일 개최된 한나라당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라는 통보가 왔기 때문이다. 간담회는 무기한 연기됐고, 의원들은 17일 의회 관용버스로 서울로 향했다.

중앙당에서 개최한 행사는 '경제살리기 및 사회안전망 점검을 위한 한나라당 전국 광역기초의원 결의대회'. 포장은 잘 했지만 결국 이 행사의 본질은 2월 쟁점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여론몰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 폭력국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저항으로 중요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MB악법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법안, 출자총액제 폐지법안, 복면금지법, 미디어법 등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려는 법안들의 정당성을 홍보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4월 29일 재·보궐선거가 있다. 인천 부평 을 등 4곳 모두 우리 선거구라고 생각하고 재·보궐 선거가 있는 지역을 꼭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지방의원들은 중앙정치 실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동원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모 의원은 "생활정치를 해야하는 지방의원이 중앙정치에 동원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공천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당공천제 현실에서 중앙당 요구가 부당하더라도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다"며 "풀뿌리민주주의 구현과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