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 지도 두 달 가량 되었다. 마냥 덕담만을 하기가 어려운 시기인 듯 하다. 이미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 것이 여러번이다.

분노, 좌절, 실망, 투쟁 등의 격한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왜 이지경이 됐는지 성찰하거나 반성하는 목소리는 극히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짐작하건데 그저 어둡고 막막함, 불안함 등으로 표현될 뿐이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책들도 불안정하다. 사회복지관련 예산은 늘어나지 않고 있고 점점 시장화 되는 추세이다. 사회복지를 위한 기관들도 경쟁을 해서 효율성을 높이라는 말이다. 한정된 예산을 쥐어짜서 서로간에 경쟁을 유발하도록 하고 부실한 곳은 퇴출시킨다. 각 기관간의 불신과 반목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실업과 고용에 관련한 정책은 하루에도 서 너개씩 발표되고 집행되고 있지만 단발성 혹은 전시성 정책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년 동안 일상적인 복지정책에서의 무능도 드러났다. 노인 장기요양 보험, 아동·청소년 통합정책, 국민연금 기금정책 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현 정부에 복지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브레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조차도 복지와 관련한 의제를 도출하지 못하고 비판하기에 급급했다고 본다. 올 해는 이러한 효율성을 앞세운 복지정책이 더욱 심화될 듯 하다. '능동적 복지'라는 이번 정부의 구호가 왠지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모두가 불안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분노만이 남은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과연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할 수가 있을까? 만약 희망을 말한다면 그 희망은 아래를 내려다 볼 때 가능할 것이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따스함이 이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복지체제가 갖추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추진하며, 중앙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

모두가 잔뜩 웅크린 어깨에도 분명히 희망은 있다. 나눔이 그것이다. 나눔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의 모습에서, 추운 겨울날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이들을 바라보는 측은지심에서 우리는 오히려 희망을 볼 수 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함께 걸음만이 이 혹독한 시절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의 이기심과 욕심이 결국 이 모든 일의 근원임을 깨닫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소홀히 한 이웃에 대한 각성이 결국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할 것이다.

분노가 없는 사랑은 정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반대로 사랑 없는 분노는 용서와 화해를 잃을 수 있다. 우리는 분노와 사랑이라는 경계에 서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분노와 사랑은 결국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다. 분노하는 사람만이 사랑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혹독한 시기는 오히려 우리들에게 각성과 따뜻한 시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