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아파트 정인식 노인회장 '남다른 이웃사랑'

얼굴을 알리지 않고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는 이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정인식(87) 한일아파트 노인회장은 지난달 30일 단구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이기하 동장을 찾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단구동에 독거노인이 몇이나 있는지 묻고 이들에게 쌀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 동장이 "자녀들에게 주지않고 왜 이웃을 도우려 하십니까?"라고 묻자 정 회장은 "자녀들은 모두 직장이 있고 먹고 살만 하다"며 "국가로부터 녹을 받았으니 이제 사회에 환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가유공자(참전용사)로서 월 160만원의 상이군경연금을 받고 있는데 이중 부부에게 필요한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매월 저축해 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 4일 정 회장은 10kg 쌀 60포를 단구동주민센터에 기탁했다. 약속시간이 오후1시30분이었으나 한 시간 일찍 와 쌀만 내려놓고 가 버렸다. 이웃돕기 물품을 제공하면 의례 사진을 찍기 마련인데 점심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와 주민센터에서는 사진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차에는 50포의 쌀이 더 실려 있었는데 "도울 곳이 또 있다"고 말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정 회장의 선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남원주중학교에 후학을 위해 써 달라며 1천만원을 기탁했다. 학교에서는 이 기금으로 학생복지관(매점)을 신축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결식아동을 돕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복지관 앞에는 '국가유공자(참전용사) 정인식 님이 기증한 1000만원으로 건립된 건물로서 남원주중학교의 소중한 자산이자 문화공간입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끼고 보호해야 할 학생복지관입니다'는 글귀가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선행은 더이상 확인할 수 없었다. 어렵게 전화번호를 찾아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알릴 것 없다"며 전화를 끊었기 때문이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