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앙로가 조만간 선진국 같은 간판문화를 선보인다. 서로 잘 보이게 하려고 무분별하게 달아놨던 간판이 사라지고 산뜻하게 디자인한 간판들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로 변모하는 것이다.

원주시는 이를 위해 특정구역을 지정해 옥외광고물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입법예고 했다. 이는 문화의 거리 조성계획 수립 당시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간판도 국비와 시비 6억원을 지원해 디자인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만들었다. 그동안 달려있던 부분별한 간판들을 떼어내고 산뜻한 새간판을 다는 일만 남았다. 아마도 거리 전체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간판 정비사업은 겉으로는 도시미관을 정비하는 일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도시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이다. 시민의식이 업소간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양보와 조화를 중시하는 수준으로 올라 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형 간판문화가 도입됐다는 것만으로도 원주의 도시 품격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간판 선진화는 시민들의 쇼핑문화에도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형간판이나 호화스런 간판이 쇼핑할 업소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면 앞으로는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경향을 띠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문화의 거리에 입주해 있는 업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든다든가 안내부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선진화된 중앙로 간판문화가 원일로를 중심으로한 중심상권 전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무분별하게 부착한 간판은 비용은 비용대로 많이 들어가면서 별효과를 얻지 못한다. 서로가 경쟁적으로 크게 부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되면 도시미관도 깨끗해지고 간판 부착 비용이나 유지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심상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이다.

간판 선진화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현수막이나 주정차 문화를 선진화 시키는 일이다. 지난해 원주시는 불법현수막과 불법 주정차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무분별하게 거리를 뒤덮었던 불법현수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불법주정차 역시 상시 단속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크게 개선됐다. 이같은 성과는 일부 시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단속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주는 인구 50만을 바라보는 도시다. 인구는 증가하는데 시민의식 수준이나 도시문화가 성숙해지지 않는다면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다. 간판 정비사업이 양보와 조화를 통해 품격있는 도시, 선진도시로 가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