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를 대표하는 중심시가지 원일로. 유동인구에 비해 보행환경이 좋지 않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흘러가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건강문화센터와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준공되면서 신규택지 개발과 시청사 이전 등으로 침체일로를 걷던 중심시가지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 두가지 사업의 공통 목적을 찾는다면 유동인구를 증가시켜 주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목적은 어느 정도 실현돼 가고 있다. 하지만 중심시가지는 유동인구에 비해 보행환경이 좋지 않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흘러가는 공간이 되고 있다.

부수고 새로짓는 하드웨어적 변화가 갖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하드웨어적 변화를 통한 중심시가지 활성화 차원을 넘어 도심을 재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중심시가지 예고된 변화들

지난해 건강문화센터와 차 없는 거리 350m 구간이 준공돼 중심시가지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겨울임에도 시공관에서 관광호텔까지 차 없는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보행을 만끽하고 있다. 보건소와 시민문화센터가 들어선 건강문화센터에도 매일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원주시는 시민문화센터 연 이용인원이 31만명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중심시가지 변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도 의미있는 중심시가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시공관부터 KBS 사거리까지, 관광호텔부터 지하상가 봉학로까지 전체 330m 구간에 대한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예정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30m의 차 없는 거리가 추가로 조성되면 차 없는 거리 전체 길이는 680m라는 규모로 커지게 된다. 올해 중심시가지를 바꿀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민간차원에서도 시동이 걸렸다. (주)리츠가 건강문화센터 맞은 편 상업지역을 매입해 지하1층, 지상14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업체에서는 해당 건물과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한편, 자유시장 옆 소방도로에 지하상가를 조성해 건물과 자유시장 지하 간 통행로를 개설하겠다고 밝히며 사용수익권 부여와 행정협조 등을 원주시에 요청했다. 원주시와 협조가 원활히 이뤄져 사업이 구상대로 완료되면 예전 원주시가 구상한 바 있던 지하상가부터 중앙·자유시장까지의 지하연결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가로공간 변화의 필요성과 한계

원주시에서는 지난 2006년 중심시가지 활성화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용역을 수행한 (사)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에서는 중심시가지 활성화를 위한 핵심으로 '가로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가로환경의 변화가 곧 보행자의 증가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시 한라대 최재석 교수는 "보행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도심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도심에 비어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행자가 오랫동안 편하게 머무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5월 원일프라자 재개발 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이 일었을 때 원주시의회가 시민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원일프라자 터에 시민문화광장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우위를 차지했다. 도심 내 여유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차 없는 거리조성을 제외하고는 가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건강문화센터가 들어서고 민간차원의 새로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모두 비우는 게 아니라'채우는 방식'의 사업이어서 가로공간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중앙로. 한겨울임에도 각종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보행을 만끽하고 있다.

　활성화 핵심은 "인간중심 보행환경과 녹지"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은 "건물이 꽉 들어찬 상황에서 중심시가지를 활성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행환경 개선과 녹지·휴식 공간 확대를 통해 유동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차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이를 통해 생긴 여유공간을 활용해 보행환경 개선과 녹지공간 확대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 없는 거리 조성이 보행환경 개선 차원도 있지만 매연감축과 에너지 절약, 주민들의 건강환경 개선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주시는 지난 2006년 중심시가지 도로교통개선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이 결과 중앙로 일방통행제를 실시하는 게 가로망의 속도향상 등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원주시는 중앙시장 재건축과 일부 상인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일방통행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외국의 사례를 보자면 기존의 차도를 좁혀 나가는 추세"라며 "일방통행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수립하는 것을 전제로 차도를 좁히고 이를 통해 생기는 여유공간을 이용, 사람과 자전거 등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공간과 녹지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용역결과에 따르면 행정동의 전체 평균 녹지율은 62.8%지만, 시가지 실제 거주지 평균 녹지율은 14.1%에 불과하다. 중앙동 등 주거상업 밀집지역만 보자면 녹지율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유동인구를 머물게 하는 요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보행환경 개선과 함께 녹지대 또는 녹지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특정지역의 경제 활성화만을 위한 공간개선이 아니라 건강도시 원주, 기후변화 대응도시 원주를 위해 중심시가지를 재생시키려는 기획이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