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즈음이면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에 대한 희망을 꿈꾼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의 삶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으로 보면 돌아볼 여유가 너무도 없다.

2007년 12월대선과 올해 4월 총선을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정치·경제·사회·교육·언론 등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항해를 하기보다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는 일방독주로 대화도 안 되고, 경제는 위기에 빠져있고, 사회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은 어떤가? 역사교과서를 개악한데 이어 전국의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울 뿐, 학업성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제 학력고사로 해직교사들이 생겼다. 그런데 지금 더욱 심각한 것이 있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소위 언론7대 악법이 국회에서 일방통과와 저지의 대치전선에 있는 것이다. 각 법안별로 주요 문제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신문법 개정안은 기존 법에서 일간신문·뉴스통신이 방송을 겸영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버렸다.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항을 삭제함으로서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등의 거대 언론이 재벌과 손잡고 방송으로까지 진출해 여론시장을 장악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한국언론재단 등 신문지원기관들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폐합하는 것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개정안은 언론진흥재단의 이사장에 대한 임면권(임명권+면직권)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갖도록 했다. 언론진흥기금 사용에 대한 최종결정권도 정부가 갖는다. 한마디로 정부가 신문지원기금 등 각종 지원책을 당근 삼아 신문사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원주투데이와 같은 지역신문에 대해 지원예산을 삭감했지만 앞으로 이를 통해 지역신문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방송법 개악 안이다. 10조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기업은, 신문·뉴스통신은 지상파를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재벌의 방송장악을 허용하는 것이다. 10조원 미만의 기업은 49%까지 지분 소유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지상파방송에 대해 삼성과 중앙일보가 각각 20%씩 40%를 소유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사용업자는 재벌과 신문이 49%까지 소유 가능하여 우호 지분 2%만 있으면 독재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미 서울 정가에서는 'MBC는 조선일보가 KBS2는 중앙일보가 YTN은 동아일보가 노리고 있다'는 '카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세 번째는 정보통신망법이다. 정보통신망(주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모욕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사이버모욕죄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다. 국가가 항상 인터넷을 감시하고 있다가 모욕이다 싶으면 누구의 문제제기 없이 네티즌을 처벌한다는 것. 인터넷 구속법은 지난 촛불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자 네티즌의 손가락을 묶어버릴 요량으로 나경원 의원이 다듬어서 내놓았다. 인터넷을 통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사상의 통제를 받게 만드는, 반 헌법적 발상이자 1980년대 전두환 독재시절의 '국가원수모독죄'를 떠올리게 한다.

네 번째는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하여 '인터넷 포털', '언론사 닷컴', 'IPTV를 통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받은 경우 중재 또는 조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것은 인터넷 포털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는 측면도 있지만, 초점은 자율영역인 '인터넷 포털'등에 게재되는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기사'의 삭제 및 통제 수단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모든 법안들을 살펴보면서 필자는 1980년대 '언론통폐합과 언론통제'가 떠오른다. 모든 사람은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길 원하지 뒤로 가길 원하지 않는다. 뒷걸음질은 반드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언론인들이 언론관련법 개악을 반대해 파업을 한다고 한다. 그게 '손가락을 자를 수 없는' 국민들의 파업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