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자기 살기도 팍팍한 소시민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주머니를 터는 모습은 아직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말해 준다.

다행히도 원주는 타도시에 비해 남을 돕는 문화가 성숙되어 있다. 김기열 시장이 제안해 시작된 천사운동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읍면동 단위로 결성돼 있는 이웃돕기 조직도 원주의 자랑거리다. 봉산동에 있는 몇몇 사람이 '봉산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된 읍면동 이웃돕기 조직은 전지역으로 확산돼 이웃돕기운동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웃돕기운동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반해 도움을 주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이다.

옛날과 달리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대부분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으로 최소한의 생활은 유지할 수 있다. 천사운동 기금으로 지원하는 차상위계층도 경우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기초생활수급자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게 쌀이나 생필품을  일괄 지원하는 현재의 이웃돕기 방식은 도움은 되겠지만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돕는 방식을 개선해 똑같은 도움으로 도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그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을 도와 주는 것이다. 또한 당장의 먹을거리보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도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도움을 줄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즉흥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어려움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어려운 사람은 도움을 못받고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집중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주 한 시민으로부터 자기가 아는 한 사람이 31평 아파트에 살고 먹고사는데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이웃돕기로 나온 쌀을 받았다고 지적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극히 일부  겠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된 케이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기사화되지 않았을뿐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도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이웃돕기 운동본부와 같은 민간기구가이웃돕기 운동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모금 창구를 운동본부로 일원화하고 수혜대상자, 도움의 내용 결정까지 민간기구가 이끌어간다면 실질적인 도움은 물론 효과 또한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