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도 내년부터 정책실명제를 실시한다. 정책추진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해 공개한다는 것이다. 정책실명제는 원주시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정책의 도입과 추진과정 등을 작성해 보관하고 공개하는 것으로 정책추진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개행정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시민들은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들이 어떻게 시작됐고 그 과정에 어떤 사람들이 간여했으며, 왜 그렇게 결정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정책 추진과정에 문제가 발생해도 정책입안자나 결제권자 외에는 왜,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잘못됐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중대한 결정들이 일부 결정권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을뿐 아니라 이후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책실명제가 도입되면 개인적 이해관계나 막후 로비에 의해 중요한 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함은 물론 이 제도를 통해 자치단체 행정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망록을 무성의하게 작성하거나 훗날 책임을 묻기 모호하게 작성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한 작성된 비망록을 공개하는데 있어서도 소극적으로 임하면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한 행정정보 공개제도도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형식적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이 제도를 운영해 주기 바란다. 우선은 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역사 앞에 떳떳한 공무원이 되자고 강조한다면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이와함께 정책실명제 도입에 대한 취지를 전 공무원에게 충분히 숙지시켜 귀찮은 제도로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망록 작성이 직무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데 도 매우 유익하다는 것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왕에 할 거라면 전국 자치단체 중 정책실명제 운영을 가장 모범적으로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망록 공개에 있어서도 전향적 사고를 기대한다. 원주시가 밝힌바에 따르면 30억원 이상 건설사업 등을 비망록 작성 대상 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행정정보 공개처럼 몸을 사린다면 정책실명제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 원주시와 원주시의회가 정책실명제 도입을 계기로 한단께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