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료실에서 가족들이 모시고 온 노인을 진료할 때가 많다. 진료 결과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이나 노화로 인한 기억장애 또는 건망증인 경우가 많지만 치매로 진단되는 수도 상당히 많다. 아직까지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거나 치매의 경과를 멈추어줄 수 있는 약물이나 시술 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치매치료제가 해마다 새로이 개발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은 치매의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과정을 늦추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매환자 가족들이 환자를 직접 모시기 어려운 이유는 기억력장애와 같은 치매의 중심 증상 때문이기 보다는 이차적인 증상 즉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는 망상, 밤 낮이 바뀌어버리는 수면증상, 배회, 공격적인 행동 등을 아파트와 같이 밀집된 현대의 생활 환경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차적인 부적응 증상은 대부분 조절 가능하기도 하다. 흔히 쓰는 약물들로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약물 등이 있는데 이러한 약물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증상들을 완화시켜 노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노인들에게 이러한 약물들을 사용하여 부작용이나 중독 또는 뇌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조절되지 않는 증상들을 방치하는 것 보다는 약물로 증상을 적절히 조절하여 일상생활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노인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치매에 걸렸다고 낙심하고 포기하기에는 노인들이 그 동안 우리 젊은 세대에 베풀어준 것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