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암해수욕장 일출 (사진: 김종선 시민기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두 살 아래인 딸을 밤기차를 태워 일출을 보기위해 동해에 다녀온 적이 있다. 어느 순간 바다 속에서 불덩이처럼 시뻘건 태양이 솟아오르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로 감동을 표현했다. 해가 떠오르기까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해변을 거닐면서 바다낚시 하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불을 밝히고 운항을 시작한 함선의 움직임을 목격하기도 했다. 청소년이 된 아이들이 가끔 그 때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즐겁게 추억하고 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면 일출을 보기위해 바다나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묵은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보다 나은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것이다. 가족단위로 떠나는 일출여행에서부터 출신학교 동창·동문, 직장 동료 모임이나 인터넷 카페 모임 등에서 단체여행을 계획하거나 여행사를 통해 테마여행에 합류하기도 한다.

구지 12월31일이 아니더라도 일출이나 일몰 광경은 자연의 신비로움이나 위대함, 또는 철학적 교훈을 준다.

바다에서의 일출도 좋고 근교에 있는 산이나 강가에서 해맞이를 하는것도 추천할만 하다. 비록 아파트 옥상이나 공원에서 일출을 볼지라도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서 떠오르는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 감동이 있다. 이른 새벽 일어나 해맞이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마음에서부터 일출의 감동이 시작되기 때문이 아닐까!

등명락가사

대관령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부터 강릉·동해는 가까운 이웃도시가 되었다. 고속도로에서 강릉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경포대로 들어가거나 곧장 동해고속도로에 올라 동해·삼척행을 하면 진기한 남부 강릉의 비경을 볼 수 있다.

안인에 이르면 그 유명한 7번국도와 만난다. 부산에서 함경북도 온성을 잇는 7번 국도는 강동면 안인에서 정동진까지 해안도로로 연결돼 있어 도로 곳곳에서 짙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해안도로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통일공원이다. 이곳에서 1~2분 정도 달리면 사찰 등명락가사가 나타난다. 절이 자리 잡은 언덕 위를 오르면 안인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정동진

등명락가사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정동진역이 나온다. 소나무와 바다가 나란히 쭉 뻗어 있는 철로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명소이다. 찝찔하면서도 싱그러운 바다내음과 한적한 기차소리. 바닷가 쪽으로는 잠시 휴식을 위한 아담한 벤치들이 놓여있다.

헌화로와 금진

정동진역을 지나 7번국도 대신 심곡방향으로 진입하면 옥계면이 시작된다. 차량통행이 뜸한 지방 도로이기에 드라이브를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심곡항부터 금진항까지 헌화로라고 하는데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면서 동해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헌화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다보면 바다낚시로 유명한 금진항이 나온다. 금진항에서 정동진 앞바다까지 유람선을 운항한다. 암벽해안의 신비한 모습 뿐만이 아니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선상 일출을 체험할 수 있다.

추암해변

동해고속도를 타고 끝까지 달리면 7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계속 남쪽으로 달리면 동해 시내를 지나 42번 국도와 만나는 효가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정선, 임계방향으로 우회전해 가면 추암해수욕장 이정표가 나온다.

작은 궁형을 이루는 백사장이 특이한 추암해변. 해변 왼쪽으로 솟아 있는 바위와 해변에 흩어져 조화를 이룬 작은 목선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어진 언덕을 끼고 한 바퀴 돌며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촛대바위 등 절경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언덕 반대편에 있는데 파도가 높은 날이면 파도가 바위를 들이쳐 장관을 이룬다.

봉화산

매일 운동을 하기위해 오르내리는 봉화산. 봉화산에서 치악산의 실루엣을 느끼며 맞이하는 일출의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날씨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새벽 7시 30분경이면 동쪽하늘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해 20분 정도가 지나면 치악산 너머에서 눈부신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때부터는 빠른 속도로 떠올라 비로봉, 삼봉, 토끼봉을 한꺼번에 비취며 하늘로 떠오른다. 시청사 옆길이나 백간공원 뒤쪽에 있는 진입로로  40분 정도 오르면 운동기구와 전망대가 보인다.

원주천

가족이 함께 운동 삼아 강변로를 걷거나 뛰다가 강가에서 해맞이를 할 수 있다. 물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고요한 강변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의미 있을 것이다. 원주천을 가로지른 쌍다리에서 해맞이를 하는 시민들도 있다. 카메라나 캠코더에 일출광경을 담아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매지리에 있는 연세대캠퍼스 호수 잔잔한 물 앞에서 바라보는 해맞이도 좋을 듯. 이미 일출을 보기위해 연세대 호수를 찾았던 시민들도 간혹 있는데 물이 얼기 전에 간다면 호수위로 그럼처럼 펼쳐지는 일출의 광경을 볼 수 있다.

치악산

치악산 일출을 보기위해 타 지역에서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능하다면 비로봉에 올라 온몸으로 일출을 맞이한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산행이 능숙한 사람이라면 2시간, 걸음이 늦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비로봉 정상은 워낙 추워 자칫하면 동상에 걸리거나 카메라가 고장날 수 있다. 초보자라면 무조건 산행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준비기간을 거쳐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졌을 때 도전하면 좋다.

임춘희 기자 ch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