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근무하는 이창민(39) 소방교.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구조견 핸들러이다. 구조견 핸들러란 구조견을 다루는 전문가를 말한다. 119구조견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98년 11월.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구조견 도입은 당시 새로운 구조분야의 탄생을 의미했다. 관심이 있었던 이 소방교는 핸들러 지원을 자원해 삼성구조견센터에서 5주간의 임무훈련을 끝내고 우리나라 최초 핸들러로 선정됐다.

재난현장에서 수색을 하는 것은 구조견의 몫이지만 구조견을 통제·운영·사육관리하는 것은 핸들러의 몫. 그만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핸들러가 되기위한 임무훈련 당시에는 구조견과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이 소방교는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이기때문에 교감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잘 모르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구조견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견이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산악 실종자 수색. 등산이나 산나물·버섯채취를 하다 실족 등으로 사라진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다. 호르몬 냄새로 사람을 찾아가는데 발견하면 핸들러가 올때까지 계속해 짓는다. 수색작업에 동참한 사람의 냄새는 바로 익혀 이들을 보고는 짓지않는다. 또한, 동물을 봐도 쫓아가지 않는다. 오직 핸들러를 따라 임무에만 충실한 것이다.

이 소방교와 함께 한 구조견은 2마리. 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세퍼트종인 '다솔'과 함께했으며 2005년부터 지금까지는 레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하늘'과 함께하고 있다. '다솔'과는 2002년 태풍 루사때 15일 동안 동해안 모든 골짜기과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구조활동을 펼쳤고 '하늘'과는 2006년 인제군 수해 때 20일 동안 함께 구조활동을 펼친 게 가장 큰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소방교는 그 동안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다 구조견의 변 상태 등을 보고 건강을 체크해 왔다. 분기에 한번씩 정기 건강검진을 챙기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되는 일. 자식처럼 관리하다보니 구조견은 핸들러의 마음까지 읽는다고.

구조견과 함께 한 10년의 세월. 하지만 이제 이 소방교는 국내 최초 핸들러라는 수식어를 뒤로한 채 구조견과의 이별을 앞에 두고 있다. 직제개편이 이뤄져 새해 1월 4일부터 구조견 업무가 강원소방본부 제2항공대로 이관되기때문이다.

그는 "구조견은 자기를 버리고 인간을 위해 일하는 사역견으로, 동물의 가장 기본인 종족번식도 하지 못하는 불쌍한 운명을 타고 났다"며 측은한 마음을 내비췄다. 또 "이제 20여일 정도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보내고 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마음에 남겠지만 소방관은 항상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는 직업이기에 그 어떤것도 마음에 담아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 핸들러로 구조견 경진대회에서 두번에 걸쳐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이 소방교. 우리나라 구조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임무를 마치게 됐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