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2월 8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이 총격을 받은 사건이었다.

아내 오노 요코와 함께 집으로 가던 존에게 한 사내가 사인을 요청하였다. 그 사내는 친절하게 사인을 하고 돌아서서 가는 존의 이름을 불렀다. 존이 돌아서는 순간,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총격을 당한 존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가 경악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존 레논 팬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총기 판매 및 소유 반대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를 체포하였고 그의 이름은 마크 채프먼이었다. 그는 존을 살해한 후 너무도 태연하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20년 이상의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도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다.

채프먼은 2000년 이후 몇 차례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모두 기각됐다. 최근에 열린 가석방심의위원회에서 채프먼은 처음으로 "그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고 한다. 실로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반성과 사과였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던 그때는 내가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쉰세 살이 되고 난 지금 그 행위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 당시 나는 내 인생의 실패를 노여워했고, (나쁜 짓을 통해서라도)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어 했다. 나는 존이 화려한 건물에서 살며, 사랑의 말 따위나 지껄이는 사기꾼이라고 오판했다". 하지만 그의 가석방은 다시 기각됐다. 아직도 그가 존의 유가족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많은 사람들은 비틀즈가 해체된 이후에도 존 레논을 사랑했다. 화려한 명성과 부를 뒤로하고 존은 아내 요코와 함께 반전 평화운동에 적극 동참한 이후로는 더욱 그러했다.

그가 말한 평화는 지금도 옳은 일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서 불려지고 기억되고 있다. 세상에 비극을 안겨 준 대가로 얻은 유명세.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자유'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그를 우리는 언제쯤 용서할 수 있을까?

위기라고 하는 지금 이 시대일수록 먼저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멀리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치에 신물나고 무관심한 우리들 삶의 모습에서도 사과와 용서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의 일상도 점점 거칠고 팍팍해져 간다는 말이리라. 힘으로, 논리로, 권위로 제압하려는 80년대 존 레논 사망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할 때가 많다.

이미 세계의 질서는 이런 권위주의와 시장 우선주위의 종말을 맞이하고 공동체적 관점과 협력의 노력이 절박한 덕목임을 알아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는 왜 쓰다버리고 폐기 처분 직전의 신자유주의의 바람과 권위주의의 잔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하는지 도무지 모를 뿐이다.

진정한 사과와 용서와 화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언제나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그래서 자신과 집단의 목적을 훌륭히 수행하고 획득하는 것만이 우리들의 최고의 가치와 성공 비결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하다. 존 레논이 부른 이매진(Imagine)의 한 구절처럼 오직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존재하고 우선하는 세상이 단순히 꿈이 아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