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봉산동에서 임윤지당 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임윤지당 선양사업이 시작된지 8년만이다.

임윤지당은 조선후기 여성 성리학자로 한국여성운동사에 큰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여성이 학문을 하기 어려운 조선시대에 성리학을 공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 분야에서 뚜렷한 학문적 업적을 남긴 분이어서 원주의 인물로 선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임윤지당 기념비 건립위치를 놓고 있었던 뒷얘기 때문에 입맛이 개운치 못하다.

기념비 건립은 유족측이 기념비는 우리가 만들테니 적절한 장소에 세워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유족측이 만든 기념비가 마땅치않아 시예산으로 다시 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기념비를 세울 장소를 물색하면서 발생했다. 당초 원주시는 봉산동 주민센터 내에 세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지역원로들이 반대해 구 봉산1동사무소 자리인 새마을공원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원주시의 어정쩡한 행정이다. 지역원로들이 반대한 표면적 이유는 임윤지당에 대한 역사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지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을 선양하는 기념비 건립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컷다고 한다. 지역원로들의 반대는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임윤지당은 2005년 문화관광부에서 이 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인물이다. 또한 원주시가 8년여에 걸쳐 선양사업을 추진하면서 임윤지당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축적했다. 역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본지가 취재한대로 기념비의 주인공이 여자이고 청상과부라는 것이 반대이유였다면 더 문제다. 이 소식을 접한 여성단체가 봉산동주민센터를 항의방문한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임윤지당 기념비 건립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원주 인물에 대한 선양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때문에 지역원로들의 반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했어야 한다. 석연치 않은 반대 때문에 위치를 변경한 것은 옳은 행정이 아니다.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은 기념비 제막식 행사에서 김기열 시장이 기념비 이전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임윤지당 기념비 건립이 화급을 다투는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기념비 제막시장에서 이전을 시사할 정도로 현 장소에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도 지역원로들의 반대였다면 제막식을 미루고 설득한뒤 가장 적합한 곳에 세웠어야 한다.

기념비를 이전하려면 적어도 수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시민들의 세금 사용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례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시책사업 추진을 원주시 공무원과 특정집단과의 문제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