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30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방안은 그동안 억제해 왔던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을 전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시기와 형식면에서 분노를 느끼게 한다. 세계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온 국민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틈을 타 전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규제완화 내용도 전면적이어서 지방의 반발을 고려해 매를 맞아도 한번에 맞자는 의도로 보여진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해도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가 기본입장이라고 지방을 안심시켰던 정부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이라는 전제아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러한 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어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국토균형발전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회의를 갖게 한다.

국가경쟁력위원회의 결정대로라면 내년 3월부터 거의 모든 부분에서 수도권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될 경우 기업도시로 발전하려는 원주는 타도시에 비해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억제한 것은 수도권 집중으로 고사돼 가고 있는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 덕분에 공장이나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해 왔다. 원주로 이전해 온 기업들 중 상당수도 수도권 규제와 무관치 않다.

현재 조성중인 공단은 이미 입주 기업이 결정돼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유치 활동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될 게 분명하다. 또한 기존에 이전한 기업들도 원주를 중심으로 확장해 가려던 계획들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방을 위축시키는 더 큰 이유는 인재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있다. 경제력과 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돼 지방은 갈수록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국가경쟁력위원회 결정을 백지화해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서둘러 진화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정은 혁신도시 유치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당시보다 더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온국민이 합심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자고 해도 모자란 판에 수도권과 지방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가 할 태도가 아니다.

아울러 원주시도 기업유치 정책을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원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하기가 수도권보다 좋기 때문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이상 정부정책에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