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배는 원주를 대표하는 특산물 중 하나다. 올해는 다행히 날씨도 좋고 병충해도 없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은 울상이다. 생산량이 평년보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생산량이 많으면 기뻐해야할 일인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격이 하락해 소득이 줄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 판매는 추석이 대목인데 배가 익지 않아 팔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원주뿐 아니라 전국 배 농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에 정부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배 1만톤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주에도 22톤이 배당됐다. 10kg 들이 2천200상자를 땅에 묻어야 하는 것이다. 폐기되는 배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18kg당 8천원을 보상해 준다. 최근 15kg 한상자가 1만5천원 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이대로 가면 시중가격이 하락해 내년 설 대목에도 싼 값에 팔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폐기하는 것보다 더 소득이 줄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가뭄이나 홍수로 생산량이 줄어도 고민이지만 너무 많이 생산돼도 걱정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배 소비량을 늘리고 팔아주기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치악산 배는 전국 농산물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을만큼 당도가 높고 맛도 좋다. 특히 올해는 날씨가 좋아 어느해 보다 당도가 높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평소 배를 소비하는 가정이나 식당은 치악산 배를 선택해 구입하자. 쌀을 살때 토토미를 달라고 하는 것처럼 치악산 배를 선택해 구입하자는 것이다. 다음은 평소 배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은 저소득층이나 시설에 치악산 배를 보내주는 이웃돕기를 펼치자. 어려운 이웃과 배농가를 도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배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배즙은 가래·천식과 해열작용에 좋고, 간장활동과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준다고 한다. 또한 숙취와 갈증해소에 효과적인 강알카리성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에 좋다. 배즙에 대한 효능은 본초강목, 한방집약서 등 옛 문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약을 함부로 쓰기 어려운 어린아이의 기침감기 예방과 열이 나는 경우 배즙을 많이 이용해 왔다고 한다.

이제 감기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이 다가온다. 가정마다 배즙을 만들어 먹는다면 원주 배농가생산량 정도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다. 이같은 소비운동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오는 11월 10일과 11일 배축제가 열린다. 각 기관·단체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치악산 배 팔아주기 운동을 펼쳐 십시일반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