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 사방은 단풍으로 찬란하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가까운 곳에 아이들 데리고 등산할 만한 곳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미륵산이 눈에 닿았다. 미륵산(689m)은 아름다운 봉우리와 노송이 어우러져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등산 장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고, 초등학생들이 오르기에도 힘들지 않다. 지금가면 단풍이 들지 않았던 잎들도 남김없이 붉게 물들어있을 것이다.

원주시내에서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산행만을 하려면 당일치기가 좋다. 하지만 주변 볼거리를 보고 체험을 하려면 하루 숙박을 하는 것이 어떨까? 먹는 것은 펜션에 묵으면 다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우선 첫째 날을 등산하는 코스로 잡아보았다. 4시간씩 산행하려면 도시락이 필수인데, 펜션에서 김밥을 싸기가 번거롭다는 생각이다.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서 배낭에 넣고 산행을 한 다음, 구절초 꽃이 만발한 '꿈의 궁전'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자.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푹 쉬면 원기왕성해질 것이다. 다음날 아침 만발한 꽃밭을 산책한 후 아침을 먹는다. 체험마을에서 체험도 하고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음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해가 빠듯하다.

산행코스

1. 주포리 황산마을 입구~치마바위~신선봉~장군봉~미륵봉~정상~미륵봉~황산사~새터마을~주포리 황산마을 입구 (9km. 4시간 정도 소요) 2. 운계리 대동마을 입구~망배재~정상~미륵봉~장군봉~신선봉~치마바위~주포리 황산마을 입구 (9km. 4시간 정도 소요) 3. 운계리 대동마을 입구~망배재~정상~미륵봉~황산사~새터마을~망배재~운계리 대동마을 입구 (8km. 4시간 정도 소요) 4. 황산마을 입구에서 새터마을까지 도로는 좁지만, 최근에 시멘트 포장이 되어서 승용차도 올라갈 수 있다. 새터에서 황산사를 지나 미륵봉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되므로, 왕복 2시간 거리다.

주변 문화유적

미륵산 마애불상: 미륵산에 오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미륵산 정상에 있는 마애불상을 보기 위함이다. 이 미륵불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머물면서 새겼다는 설도 있고, 덕주공주가 아버지인 경순왕의 상을 새겼다고도 한다. 또 어느 석공이 큰 홍수가 났을 때 배를 타고 와서 조각을 하다가 물이 빠져 미쳐 다 완성하지 못하였다고도 전해진다. 상부는 뚜렷하게 새겨져있는데 비해 하부로 갈수록 조각이 흐릿한 것은 물이 일찍 빠져 나갔기 때문이라는 것. 이 미륵불상은 미륵산 주봉에 정 남향판으로 상봉에서부터 20여m의 높은 암벽에 음각과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다. 네모진 얼굴에 눈, 코, 입, 귀 등을 크고 토속적인 모양으로 묘사한 것은 고려 석불의 지방화 된 양식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이 미륵불상은 대체로 고려 초기 경순왕이 머물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산사터: 경애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한다. 경순왕이 들렀던 절은 없어지고 지금은 황산사 삼층석탑(강원도 문화재 제22호)과 부도만 남아 있다.

황룡사: 조계종 사찰로 불국사 출신의 노비구가 지었다고 한다.

황산마을 둘러보기

황산마을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의 왕건에게 나라를 넘겨준 뒤 마을 뒷산인 미륵산의 고자암에서 시름을 달래며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귀래(貴來)라는 지명도 귀한 손님인 경순왕이 찾아왔다는 데서 유래했고, 황산(黃山)의 옛 지명인 황산(皇山)도 임금이 거처했던 산이라는 뜻이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인 황산마을에 오면 만국기 공원을 만난다. 장승과 솟대가 있고 담장은 벽화로 채워져 있다. 한. 일 대학생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명상의 벽'이 이색적이다. 마을 곳곳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차향이 있는 미술관'을 둘러보자. 하정 박명수 화백의 작업공간이다. 민예품전시관의 벽화도 박 화백이 그렸다. 빨간 우체통과 노란 지붕이 눈을 즐겁게 한다. 먹거리는 귀래 손자장면이 유명하다. 칼국수와 버섯찌개 등이 있고, 지역막걸리인 용천주를 즐겨 마신다. 

쉬어갈 곳

미륵산농원: 산행을 하다보면 만나는 미륵산농원(761-9216)은 된장과 고추장을 파는 곳이다. 10년째 박종원 씨 부부가 살고 있는데, 400여개의 장독대가 일렬로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장맛은 햇빛, 물, 공기가 잘 어우러져야 맛있는데 황산마을이 그런 곳이라고 한다. 곤충농원이 옆에 있다.

미륵산계곡꿈의궁전마을펜션(766-0688): 운계리 쪽에서 차로 3분, 황산마을 주차장에서 가면 5분 거리. 이름과 같이 '꿈의 궁전'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지만 지금은 구절초가 만개하다. 허숙자(56) 씨가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 10평으로 비수기 때는 12만원, 성수기 때는 13만원을 받는다. 투숙객이 원하면 체험행사를 해준다. 산나물 채취를 원하면 장소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채취요령까지 알려준다. 주변의 관광을 원하면 황산마을과 곤충농장 등 마을을 둘러보며 맛깔스런 설명으로 즐겁게 해준다. 투숙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중간역할도 한다. 요즘은 구절초로 실크 염색하는 체험이 인기다. 취재 갔던 날도 영동지방 걸스카우트 200명이 단체로 와 있었다. 실크 값만 받는다. 
　
미륵산황토방 펜션(762-6512): 운계리 초입에 있다. 3천여 평의 공간에 황토방과 찜질방, 4백여 평의 족구장, 야외 바베큐장,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연못을 갖추고 있다. 7평짜리 방이 7개있고, 13평과 21평짜리 방이 각각 1개씩 있다. 7평짜리는 비수기에 6만원, 성수기에는 8만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이곳은 식수로 제공되는 물맛이 그만이다.

고민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