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강변유원지

하늘은 높고 들녘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가을이다. 멀리 보이는 산들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밀려든다.

흔히 여행하면 멀리 가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까운 곳도 프로그램만 잘 짜면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큰돈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다. 1박하며 즐기는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에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11시쯤 원주참숯가마에 가는 것으로 이번 여행을 시작해 보기로 하자. 숯가마를 하면서 점심도 먹고 흠뻑 땀을 뺀 후 폐장하는 오후6시쯤 문막읍에 소재한 호암산장에서 하루를 묵는다. 섬강과 어우러진 펜션을 외국의 한 도시쯤으로 착각해 보면 어떨까.

저녁나절 펜션 정원을 산책하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강변을 산책해 보길 권한다. 분위기 잡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아침을 지어 먹고 10시쯤 여주로 이동한다.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강변유원지가 나온다. 탁 트인 유원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명성황후 생가와 세종대왕릉을 돌아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5시쯤 원주로 향해도 어둡지 않을 때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전체적으로 운전하는 시간이 적은데다 여유 있는 스케줄이어서 여행으로 인한 피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숯가마 찜질은 필수 코스

여행 스케줄을 거꾸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원주에서 곧바로 여주로 이동해 둘러본 뒤 호암산장에서 밤을 보내고, 11시쯤 산장을 나서 숯가마에서 점심을 하면서 넉넉하게 찜질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몸이 무거울 때는 숯가마에서 뜨끈뜨끈하게 찜질하면 산뜻해 진다. 참숯에서 나온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피부에 스며들어 온갖 중금속과 노폐물을 배출시킨다고 하는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키는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피부병과 관절염, 부인병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땀을 흠뻑 흘려도 끈적이거나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원주에는 좋은 숯가마가 많다. 원주참숯가마(732-3996), 치악참숯숯가마(731- 8464), 제일참숯(732-5761), 강원참숯랜드(734-0047) 이외에도 넓고 깨끗한 숯가마들이 많이 생겼다.

원주참숯가마는 동화역 뒤편 300미터 지점에 있다. 옷값 2천원을 포함, 1인당 6천원이다(초등학생 무료). 점심(12~1시 사이)시간에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치에 미역국과 밥이 전부이긴 하지만 맛은 괜찮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해준다. 숯을 구웠던 시간에 따라 온도가 높거나 낮기 때문에 몸에 맞게 가마를 옮겨 다니며 찜질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펜션에서의 하룻밤

숯가마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호암펜션 (734-3020)은 외부와는 단절된 데다 섬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펜션이다. 주중에는 9만원(15평 기준)이고, 주말에는 13만원으로 다소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만하다. 10월 31일까지 주중에는 20%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콘도형이어서 저녁과 아침은 직접 해결하면 절약할 수 있다.

테라스에서 보는 아침풍경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기암절벽으로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취병산과 섬강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이다. 눈앞에서 유유히 날아가는 백조와 잘 가꿔진 정원, 나무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의 고운 모래들. 이쯤 되면 가까운 집 놔두고 펜션에서 하루 밤 묵은 것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 호암펜션에서 내려다보는 섬강.

여주 강변유원지

여주는 볼거리가 많아 하루에 다 보기는 무리다. 강변유원지는 재미있는 조각품들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해수욕장 같은 모래사장, 길게 늘어선 느티나무가 분위기를 잡고 바나나, 바이더, 플라이피쉬, 오리배, 황포돛배(010-4717-2139)를 탈 수 있는 보트장도 있다. 주차장이 넓고, 취사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 여주IC에서 10분거리인 명성황후 생가.

명성황후 생가

여주IC 부근으로 한 십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관람료는 어른 500원, 청소년 200원이며 주차료는 소형 1천원, 중형 2천원이다. 고종황제의 비인 민씨(1851~1895)가 태어나서 8살까지 살던 집으로 감고당을 시작으로 행랑채, 별채, 안채가 있다. 1687년 부원군 민유중의 묘막으로 건립되었으며, 아담하지만 부재의 형태와 결구법 등에서 조선중기 살림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세종대왕릉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영릉은 200만㎡가 넘는 터에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유물전시관을 보고, 산책로를 따라가다 사당에서 향 공손히 사르고 릉으로 올라간다. 색깔이 변하고 벗겨진 탑과 수호신들에게서 젖은 세월이 보인다. 대인 500원, 소인 300원. 주차비 무료.

고민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