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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문화도시를 가다- ② 문화도시의 모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누구나… 언제든지… 편안하게…
2008년 10월 20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넓은 잔디밭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24시간 개방되는 시민예술촌…매년 240만명 이용
 중심상권 되살린 미술관…경제효과 연간 323억엔

 동해 연안에 위치한 일본 이시카와현 현청소재지인 가나자와시. 메이지유신 직후까지 일본 5대 도시의 하나로 꼽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않아 옛 거리나 주택 등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일본 내에서도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예술가와 수공업자를 받아들였던 가나자와는 일본 내 어느 지역보다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도시로 손꼽힌다. 금박 수요의 98% 이상의 생산을 담당할 만큼 금박 공예의 역사가 깊고 전통염색인 '가가유젠(加賀友禪·일본 전통 의복을 만드는 염색 옷감)'과 우아하고 세련된 칠공예 등 전통문화와 관련된 고도의 기술을 이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가나자와 전통문화예술의 맥이 지켜지는 배경에는 끊임없이 이를 계승, 발전시켜온 주민들의 열정과 그들의 열정을 담아내는 공간이 있다. 시민들의 예술활동에 활력를 불어넣고 있는 가나자와 '시민예술촌'과 '창작의 숲', '21세기미술관' 등이 그것이다.


 그 중심에는 '가나자와창조예술재단'이 있다. 1993년 가나자와시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재단은 ▷문화예술 창조에 대한 기획과 ▷시민들의 문화활동을 지원, 컨설팅하는 역할 ▷예술문화시설의 관리운영 등을 담당한다.


 가나자와시에 따르면 재단의 예산은 연간 17억5천300만엔. 우리돈으로 175억여원에 이른다. 위탁관리비와 시 보조금, 위탁사업료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각 시설에서 발생하는 입장료나 기타수입은 가나자와시 수입으로 들어간다.

 24시간 개방되는 '시민예술촌'


 '가나자와예술창조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은 운영이 중단된 방직공장을 시에서 사들여 1996년 개관했다. 17억엔을 들여 조성한 시민예술촌의 규모는 9만7천㎡. 도쿄돔 2개의 크기와 맞먹는 넓이다. 시내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지난 10여년간 24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다.


 '누구든,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시민예술촌의 컨셉. 이같은 컨셉에 따라 연중무휴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드라마·뮤직·아트·멀티공방 등 4개의 공방과 오픈스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각 공방마다 특성에 맞는 최첨단 시설이 들어서 있고, 극장이나 공연장 등 창작 활동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있다. 이용료 또한 매우 저렴하다. 6시간을 기준으로 525엔~1천50엔. 문화예술인과의 체험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시민예술촌이 스스로 꼽는 성공요인 중 하나이다.


 또 하나 인상깊은 것은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건물 바로 앞에 수로를 파고 오밀조밀한 풀을 만들어 놓은 점이다. 형이나 누나가 예술활동을 하는동안 동생은 부모들과 함께 잔디밭을 달리거나 풀에서 물장구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예술촌에서는 가나자와 직인대학교도 운영한다. 다다미 제조법, 석벽 쌓는 법, 지붕 만드는 법 등 각 과별로 5명씩을 선발해 3년 과정의 도제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장인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가나자와시민예술촌 카도 치카(Kado Chika) 주임은 "시민예술촌은 시민예술의 거점으로 통한다"며 "주민의 문화향수권을 보호하는 지역문화예술의 창작공간이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 지역예술가들의 산실인 '창작의 숲' 실크스크린 스튜디오. 최신 시설을 갖춰 전문가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예술가들의 산실 '창작의 숲'
 
 '예술창조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인 '창작의 숲'. 시내에서 외곽으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형적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인근에는 유황온천이 자리잡고 있어 휴양지로도 인기가 높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가나자와시에서 가장 큰 호텔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70년대 후반 폐업상태에 놓인 호텔을 시에서 인수해 리모델링하고 9만㎡의 대지에 자리잡은 농가들을 활용, 각종 세미나와 강좌를 열 수 있는 교류연수동과 창작공간인 공방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개조해 지난 2003년 오픈했다. 각 공방은 판화, 실크스크린, 염색, 직조 등 4개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있으며, 각 공방마다 예술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돼 특색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숙박 공간이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단순히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인이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고가의 장비와 시설을 갖춰 아마추어나 학생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용료는 창작공방이 4시간에 3천500엔, 하루 1천엔이며 교류연수동은 630엔~1천995엔 정도로 저렴하다.


 '창작의 숲' 운영을 맡고 있는 쿠로사와 신(Kurosawa Shin) 소장은 "하루 평균 1천여명, 해마다 3만3천여명이 이곳에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며 "연간 3천만엔의 예산 중 80%를 시설이용료로 충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21세기 미술관 앞 잔디광장. 이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 일부러 가나자와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미술관이 도시를 바꾼다 '21세기미술관'
 
 '미술관이 도시를 바꾼다'라는 슬로건 아래 만들어진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가나자와의 중심 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2만7천㎡ 부지 위에 세워진 미술관 내에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도서관과 강의실, 키즈 스튜디오와 같이 동호회나 지역 주민들의 모임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지역사회에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을 지향, '내부'와 '외부'를 구분짓지 않기 위해 곡선 유리벽으로 외관을 장식하고 내부에는 숍, 레스토랑 등이 있어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곳이다.


 36명의 직원이 있지만 시설관리에    14명, 학예와 교류사업을 맡은 인원이  22명이다. 큐레이터조차 없이 시설관리 인력으로만 채워진 치악예술관과 비교하면, 미술관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큰 차이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미술관측에 따르면 21세기미술관이 자리한 곳은 원래 가나자와대학 부설 소중학교 부지. 가나자와성 내에 있던 대학이 이전하면서 소중학교도 함께 이전하게 되자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고민이 시작됐다. 그 이면에는 '허물어진 중심상권 활성화'라는 과제가 있었다.


 기존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특화된 미술관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시의회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논란이 거듭되며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당시 시장이 결단을 내렸다. 이 곳을 78억엔에 매입, 113억엔의 건축비를 들여 미술관을 건립했다. 작품구입비에는 건축비보다 많은 150억엔이 들어갔다. "사람이 있어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을 만들면 사람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게 미술관 건립을 추진한 가나자와시의 자신감이었다.


 연 관람객 30만명을 목표로 지난 2004년 개관한 미술관은 연간 130만명이 다녀간다. 올해 6월에는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수립했다. 연간 입장 수입만 11억엔.


 21세기미술관 고바야시 총무과장 보좌는 "미술관 쇼핑시설과 주변 상가들까지 포함하면 연간 323억엔의 경제 파급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관람객 중심의 사고
 고바야시 21세기미술관 총무과장 보좌

 "미술관 운영을 처음부터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닙니다. 시의회나 주변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어요. 하지만 당초 30만명을 목표로 건립한 미술관이 30만을 훌쩍넘어 130만명이 찾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자 지금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21세기 미술관 고바야시(kobayashi) 총무과장 보좌는 21세기미술관의 성공 이유를 철저한 관람객 중심의 사고에서 찾는다.


 "전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드나들기 편하도록 계단없이 평지에 건립했습니다." 카드를 발급해 여러번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도심상권 활성화'라는 기본 과제에 충실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미술관 주변 상가의 안내지도를 만들고 300여 회원상점을 통해 상점 티켓을 가지고 오면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등 주변 상가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쏟고 있다.


 앞으로는 미술관 주변 빈 상가를 대여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잔디광장을 활용, 프리마켓도 열 계획이다.


 21세기 미술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료 전람회는 휴관일이 있지만 무료 전람회는 휴관일 없이 연중 무휴 운영한다는 점. 금요일과 주말 폐관 시간도 무료존이 2시간 더 늦다. "당장의 운영수익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도립미술관 건립을 계획중인 강원도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역시 "우선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류라는 측면에서 무료 관람객이라도 찾아 온다면 미술관 운영이 절반은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고 단언한 그는 "나머지는 흥미를 유발시켜 한번 찾은 발걸음이 미술의 발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이 활용하고 주인인 공간
 쿠로사와 신 '창작의 숲' 소장

 '창작의 숲' 운영책임을 맡고있는 쿠로사와 신(Kurosawa Shinn) 소장은 직접 21세기미술관 건립에 참여하고 운영 기틀을 다지는 등 오늘날 문화도시 가나자와를 만든 중심 인물 중 한명이다.


 가나자와예술창조재단 소속으로 순환근무 방침에 따라 현재는 창작의 숲 운영책임을 맡고 있다.


 그가 창작의 숲에 오자마자 첫번째 한 일은 대형 그네를 설치한 일이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 대형 미끄럼틀을 놓을 계획이었지만 예산 등 부담이 커 그네로 대신했단다.


 하지만 아직 그 꿈을 접지않고 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산중턱에 위치한 창작의 숲에서 아래로 훤히 내려다 보이는 온천관광지까지 반드시 대형 미끄럼틀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쿠로사와 소장은 "막연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란 것만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면서 "어떤 시설이 필요하고, 어떻게 공간을 활용해야할지 컨셉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활용하고 주인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도 했다.


 100년이 넘은 농가와 가나자와 성 내에 있던 옛 건축물을 이전해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문화적 가치를 중시 여기는 이 곳에서는 전통염색인 '가가유젠'을 만들기 위해 그 재료가 되는 '쪽'을 직접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쿠로사와 소장은 "문화적 가치가 높으면 그만큼 주민들의 애정도 크기 마련"이라며 "전통방식이 인공적인 방식에 비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역사와 전통, 교육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예산과 운영수익을 묻는 질문에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면 창작활동의 수요가 있을 때 이들의 문화향수권을 충족해 줄 의무가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 그는 "시민을 위한 예술공간은 돈을 벌거나 재정을 앞세워선 안된다"고 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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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넓은 잔디밭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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