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방과후 교실이 농촌지역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하는 방과후 평생교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과후 평생교실은 말 그대로 학생들 수업이 끝난 뒤 학교시설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학교가 학생들뿐만아니라 지역주민 교육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현직교사가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외부강사를 초빙해 운영하기도 한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50~60년대만 해도 농촌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선생님일뿐 아니라 주민들의 선생님으로 존경을 받았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글을 가르쳐 주는가하면, 어려운 행정문서를 대필해 주고, 심지어는 가정문제까지 상담하는 마을의 스승 역할을 했다. 지금은 농촌 주민들도 학력이 높아진데다 교통·통신이 발달하면서 지역주민과 만나는 일은 없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방과후 평생교실은 학교와 교사가 평생교육이라는 주제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평생교실은 평생교육을 하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 학교를 졸업하고 생활에 찌들려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살아온 대다수 소시민들에게 샘물과 같은 존재다. 전교생이 18명밖에 안되는 귀운분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생교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귀운분교는 지난해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다 참여가 저조해 올해는 난타방을 개설했는데 주민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밤 8시에 진행하는 교육인데도 난타를 배우는 농촌사람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믓하다. 이들은 이렇게 배운 실력으로 지난 가을운동회 때 첫 발표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들에게 있어 난타는 평생교육이라기 보다 삶의 활력소일 것이다.

이외에도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많다. 만종초교와 소초초교는 노인들을 위해 치매예방교실을 열고 있다고 한다. 보건소에서 해야할 일이지만 학교가 나서면서 주민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참여열기가 높다고 한다. 도심학교도 농촌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노래교실, 다이어트교실 등 일반 사회단체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반응이 좋다고 한다. 배움의 향수가 배어있는 학교에서 진행하는데다 이웃사람들이 많다보니 분위기도 좋고 참여열기도 뜨겁다고 한다.

방과후 평생교실이 옛날과 같은 학교의 모습을 되살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유리돼 학원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던 학교가 다시 주민들과 호흡하는 학교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방과후 평생교실을 통해 땅에 떨어진 교직의 존엄성을 되살리는데도 기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