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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원주를 생각해보며
2008년 09월 16일 (화) 김 용 우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

어릴 적 나는 단구동에 살았다. 그 당시만 해도 단구동은 한낫 원주시의 변두리 농촌에 불과했고 원주시 인구는 10만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운 여름날이면 원주천에 나가 멱을 감았다. 폭염이 한풀 꺾인 이 즈음 밤 하늘을 원주천 둑에서 바라보면 하늘이 온통 별천지여서 '별 헤는 밤'이었다. 원주천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원주천에서 좀 떨어진 내 방에서도 졸졸거렸다. 낮에 원주시내 어디를 걸어 다녀도 치악산 비로봉이 보여서 치악산에 얽힌 전설을 상상 속에 그려보곤 하였다. 

지금 원주에서는 아무리 날이 맑아도 별을 헤일 수 없고 강둑에 앉아서도 차 소리를 비롯한 온갖 소음으로 물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간밤에 아이들하고 앉아 은하수 이야길 하게 되었는데 나는 은하수를 말로 설명하다 답답증에 시달렸다. 돌아보니 온통 아파트 숲에, 휘황찬란한 불빛에, 질주하는 차들 뿐이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최근 원주 인근을 다니다 보면 민원을 적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보인다. 봉화산택지 근처, 남원주역세권 근처, 혁신도시 근처, 기업도시 근처, 신림면 골프장 근처 등등. 구호를 들여다보면 내용을 대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주민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구호 대부분은 원주시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요약하면 전자는 개발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이야기이고, 후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야만 하는 불안함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기관이 원주시고, 그 대표가 원주시장이라는 이야기다.

시내로 들어가 보면 여기저기 재개발 조합사무실이 잠깐 사이에 여러 곳이 보인다. 봉산천변을 보면 이제 아파트 벽들로 인해 시내에서 치악산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바야흐로 원주는 경제라는 미명아래 개발열풍이다. 작년에는 인구가 30만을 돌파했다고 원주시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 모든 것들이 경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원주시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과 인구규모일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의 질'이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차를 소유하고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먹는 거 조금 나아졌다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저소득층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경제는 과연 개발과 인구 늘리기로만 해결되는 것인가? 우리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잘살고 삶의 질도 높다고 하는 서유럽의 어떤 나라 도시들도 우리처럼 고층아파트에 인구집중의 도심 집중 개발경제로 살아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독일의 프라이브루크는 원주와 비슷한 인구의 생태도시로서 커다란 개발 없이 주민들과 협력 속에 잘 살아가고 있고 산업혁명의 후유증을 단단히 앓은 영국의 지방 도시들도 개발이 아니라 삶의 질을 근저에 두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살려 살아가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의 시골도시들은 주변에 아름다운 농촌을 가꾸며 도농이 상생하고 있다.

원주시의 개발중심 성장정책은 결코 좋은 경제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원주시민들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선거 때만 되면 여러 가지 정부투자를 유치하거나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후보가 경제를 살린다고 보는 시민의 무의식이 오늘날 원주를 이렇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원주는 강원도에서 철원, 홍천, 평창, 횡성에 이어 5번째로 농지면적이 많은 도농통합도시다. 그런데 원주시의 농업정책 인식은 농업 그 자체의 의미를 살리기 보다는 수많은 도심개발 정책 중의 연장으로 농촌정책을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있는 골프장도 부지기수인데 몇 십 만평 규모의 골프장이 기업도시 내에도 계획되고 있고 문막, 부론, 신림까지 계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골프장이란 것은 농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대다수 시민을 위한 것도 아니란 점이다. 원주시민들 중에 골프 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골프장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는다. 원주 어디쯤에서는 가을밤 무수한 별을 헤아릴 수 있어야 그래도 살만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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