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혜 작가는
○ 서울출생/한양대학 국문과 졸업
○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다시 태어난 날'로 등단
○ 작품집: 이스라엘의 슬픔과 영광(1995년 /삼성출판사), 이 방이 고래뱃속이야?(1999년/꼬마나라), 무릎 위의 학교(2000년/디자인 하우스), 눈속에서도 꽃이 피나요?(2001년/한국파스퇴르), 우주비행사와 토끼(2002년/마루벌), 바보되어주기(2003년/범우사)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2004년/파란자전거), 라이트 형제, 이순신, 노벨(2004년/교연아카데미)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면서 안순혜(53) 작가의 생활은 많이 변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너무나 좋아했었지만 작가가 되고부터는 사람과 약속 잡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원고 마감에 쫓기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동화작가로 살아가는 것,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행복과 보람을 주는 그 길을 함께 걸어봤다.
　
"얼마 전 원주의 한 중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가 원주 한 도시 한 책읽기 도서로 선정돼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혹시나 그 친구가 오지 않았을까 찾았는데 학교 수업 때문에 못 온 것 같아 아쉽네요."

원주 독자와의 만남은 그렇게 전화 통화로 먼저 이뤄졌다. 박용남 작가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읽으면서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안 작가는 이 책을 동화로 엮어 내려고 3년 동안 철저히 준비했다. '창의와 재미가 있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재활용하는 사례 중심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으며 인터넷과 도서관을 다니며 환경에 대해 다시 공부했다. 건축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기 위해 건축전공자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등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이제는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철저한 분리수거는 물론이고 샴푸와 린스 대신 식초로 머리를 헹구고 폐식용유를 활용한 비누를 사용하고 있다. 버리기 전에 어떻게 재활용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이젠 습관이 된 것이다.

"친정이 단양이라서 가끔 가는데, 시골에서 비닐을 그냥 땅에 묻는 모습을 봤어요. 땅도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차단해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하는 안 작가는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를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전했다.

"떡잎은 양분을 잘 섭취해야 잘 클 수 있어요. 제 글로 아이들의 마음이 변화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사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라며 작가의 길을 처음 들어설 때의 추억을 더듬는다.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본 선생님의 글을 써 보라는 권유에 글쓰기에 취미를 붙인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밝은 이야기를 꾸며내 들려주는 것을 꽤 즐겼다.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2학년 때는 글을 쓰겠다며 한 달 동안 산에 들어갔던 적도 있다. 그러다 '아니다' 싶은 생각에 잠시 모든 것을 접고 평범하게 살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하루하루 대한민국 아줌마로 살다가 39세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다시 태어난 날'로 등단하면서 작가의 꿈을 다시 펼쳤다. 그보다 일찍 수필로 등단하기도 했다.

안 작가의 예술적 감각은 어머니 강송죽 씨(79)를 닮았다. 18세까지 일본에서 생활하며 미술을 전공했던 어머니의 큰딸 고(故) 옥희 씨는 탤런트로 아들 셋 중 큰아들 종배 씨는 파리 국립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작품 활동 중이며, 둘째 종관 씨는 김춘옥 조경연구소에서 상무이사로, 막내 종배 씨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수학하고 있다. 큰 언니인 옥희 씨는 김영애, 김수미와 MBC 3기 탤런트로 데뷔해 '어머니' '결혼행진곡' '먼 그대' 등에 출연하고 희곡 '저 산 너머 행복이'로 월간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도 데뷔해 다양한 활동을 했었으나 199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 작가의 아들도 현재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 예술가 집안이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남편도 이젠 가장 큰 후원자이며 원고를 쓰면 10번 이상 읽어보며 수정·보완을 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조정래 선생님이 작가가 앉아있는 의자는 구멍이 나야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누가 오래 앉아 있느냐가 작품과도 연결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는 못해요."

최근엔 장시간 마우스를 사용해 손가락과 손목, 어깨 통증을 느끼는 마우스증후군으로 인해 글 쓰는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멈출 수는 없다.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그 통증마저 즐길 수 있는 것은 동화로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이 그 어떤 기쁨보다 크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가 이야기 전개가 잘 안되면 집 뒤에 있는 우면산에 올라가요"라는 그녀는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낮은 자세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산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과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를 가장 아낀다는 안 작가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자신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자신이 쓴 모든 책이 자식처럼 소중하지만 특히 '무릎 위 학교'와 '바보 되어 주기'가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환경을 소재로 한 연극이 만들어지면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좀더 쉽게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안 작가는 고래팬(www.gorepen.com) 사이트에서 독자들과 항상 대화를 하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 열리던 날

	◇지난 8일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는 학생들과 일반 시민 300여명이 참석해 한 책 읽기 선정도서 작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가 원주 한 도시 한 책읽기 도서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원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안순혜 작가. 그녀에게 원주는 친정인 단양을 가기 위해 들리는 곳 중의 한 곳일 뿐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원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게 되면 검색창에 '원주'를 치고 원주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한 그는 2시간 내내 꾸리찌바의 환경 정책과 환경의 소중함을 역설하기에 바빴다. 학생과 일반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이상희 그림책 작가 사회로 김정원(중앙초 6), 김푸른(작은학교중3), 박정훈(학성초4), 송윤지(작은학교 중2), 이동훈(교동초6), 황유정(중앙초6)이 대화에 참여했으며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이 환경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했다.

안 작가는 "원주에 조금 일찍 도착해 패랭이 그림책 버스에 다녀왔는데 '폐차를 개조해 그림차 버스로 활용하는 이곳이 바로 꾸리찌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원주는 이미 환경 도시로서의 발걸음을 뗀 도시"라고 했다. 이어 "작은 행동 하나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대로 실천으로 옮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에서 재활용도가 가장 높은(20%) 꾸리찌바처럼 재활용 쓰임새를 먼저 고민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꾸리찌바 꽃의 거리와 같은 거리를 원주에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 하면서 중앙로 문화의거리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학생들은 ▷자전거 이용 권장 ▷전자제품 사용하지 않는 날 정하기 ▷학교 담장에 벽화 그리기 등을 제안했다.김지숙(45) 남원주중 교사는 "한 도시 한 책읽기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모두 아는 독서운동"이라면서 "최근 책도 좋지만 고전을 선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