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부. '밭에서 나는 쇠고기'란 수식어가 붙은 두부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과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알짜배기 음식이다. 게다가 따끈한 생두부 위에 김치 한 가닥 쭉 찢어 올려 먹어도 좋고 보글보글 끓는 찌개나 전골, 노릇노릇하게 구운 전, 성기게 으깬 두부 샐러드, 수저로 폭폭 떠 먹는 순두부 등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처럼 두루두루 쓰임새가 많다.

서민 음식답게 가격도 저렴하니 금상첨화. 물론 요즘에야 각종 기능성 두부가 쏟아져 값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두부는 여전히 서민들의 대표 식품이다.

황골에 위치한 두부요리 전문점 '고향집'. 4년전부터 원종복(51)·김인순(49) 부부가 직접 만든 두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집이다. 19년전 원종복 씨의 누이 원종분   (55) 씨가 등산객을 상대로 두부를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 지금은 12년간 시누이 밑에서 두부를 만들고 음식솜씨를 익힌 김인순 씨가 그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음식점이라기 보다 평범한 시골 농가같은 외관은 멋드러진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하기야 이곳에 그런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면 오히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할지도 모른다. 그저 두부라는 메뉴와 어울리는 소박한 분위기와 다소 투박해도 사람냄새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도 두부 맛만은 '진짜배기'다. 좋은 국산콩을 사다가 직접 갈아 만드는 손두부가 고향집의 인기 비결이다. 두 부부는 매일같이 새벽부터 일어나 한 말이 넘는 콩을 들었다 놨다 하며 까다로운 시어머니같이 간수를 맞춰 두부를 만든다. 이때 위에 얼기설기 몽글몽글 뜨는 것이 순두부, 판에 넣고 굳힌 것이 바로 두부다.

1년 365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칠만도 하지만 '언제든지 그날 만든 두부를 먹을 수 있다'는 손님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그만둘 수 없단다. 가스불을 놔두고 매일 새벽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두부를 끓이는 이유도 고향집 두부 맛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라고.

모두부(4천원)와 순두부(5천원)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두부전골(5천원)이다. 두부에 파, 마늘, 팽이버섯, 떡을 넣고 끓인 두부전골은 깔끔하면서 담백하다.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게 그 비법.

조금 아쉽다 싶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인 두부구이나 황골의 또 다른 대표음식인 도토리묵과 묵채, 감자부침(4천~5천원)을 곁들여도 좋고, 온 가족이 함께 나선 길이라면 인근에서 기른 토종닭을 사용한 닭볶음탕과 백숙(3만원)을 선택해도 좋을 듯.

밑반찬도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겹다. 직접 농사지은 총각무와 고들빼기, 고추 등으로 김치, 고추절임, 무짱아치,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낸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냥 우리 먹는 것처럼 만들어 상에 올릴 뿐인데 다들 좋아 하시니 오히려 감사하죠." 안주인은 겸손해 하지만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상호 그대로 '정겨운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는 게 그 이유.

점심시간 일부러 황골까지 차를 몰고오는 마니아층부터 주말 가족 나들이객과 등산객들이 주요 고객이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르고 난 후 시원한 엿술이나 더덕막걸리 한사발에 고소한 생두부 한 입 베어먹는 광경도 이곳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명절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7시부터 밤10시까지 영업한다. 8개 방에 140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고, 30여대는 충분히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문의: 731-9911(고향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