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원주시는 도내 최초로 시민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행정기관에서 발생하는 시민들의 고충을 관료적 시각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조사·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원주시가 앞장서 행정권 남용을 막고 폐쇄적인 관료주의 관행을 타파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원주시가 시민옴부즈맨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시의회에 상정했으나 시의회가 조례제정에 동의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제동을 건 이유는 옴부즈맨을 시장 직속기구로 했기 때문이다. 시장 직속기관으로 두게되면 시정을 제대로 감시하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의회는 의회 직속기관으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이번에는 원주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결국 유보됐다.

그러나 김기열 시장은 지난 2006년  민선4기 공약으로 옴부즈맨 도입을 내걸었다. 민선3기에서 유보됐던 사안을 다시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민선4기 절반을 넘긴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확인해 본 바로는 전혀 거론조차되지 않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새정부 들어 옴부즈맨 형식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등이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되며 아직까지 세부지침이 갖춰지지 않아 미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옴부즈맨제도는 조례만 제정하면 자치단체 차원에서 얼마든지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민권익위원회 하부기구 성격으로 운영될 것도 아니다.

시민옴부즈맨 제도는 어떤면에서는 소비자단체와 성격면에서 유사하다. 평범한 시민들의 경우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대부분은 감수한다. 오랜 관습속에 행정기관이 상전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행정을 잘 몰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시민옴부즈맨 제도가 도입된다면 힘없는 시민들이 몰라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공무원들의 복무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업무 실수가 적당히 덮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이 한단계 업그레이되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을 무엇 때문에 미루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시민들의 크고 작은 고충을 해결해 주는 제도인만큼 도입을 서둘렀으면 한다. 시장 직속으로 두느냐 시의회 직속으로 두느냐가 걸림돌이라면 완전히 독립적 기구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옴부즈맨위원회 위원 구성을 시장과 시의회에서 추천하고 위원회에서 옴부즈맨을 임명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옴부즈맨위원회 명칭도 시민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