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지하에 있는 고향 칼국수. 89년 5월 22일 문을 연 이후 올해로 20년째 제대로 된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손님을 맞기 위한 전운재(57)·용환남(55) 부부의 노력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단계동에 사는데 아침6시30분 경에 식당으로 출근해 하루를 준비한다. 이렇게 매일 일찌감치 서두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제대로된 '손맛'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날 쓸 반죽을 하고 국물과 김치도 매일 매일 새로 만든다. 20년쯤 됐으면 기계의 힘을 빌릴만도 하지만 반죽을 빚는 것부터 시작해 면발과 수제비를 만드는 일 모두를 손으로만 해결한다.

전운재 사장은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내가 처음 문을 열었는데 처음 그 맛이 조금이라도 변하지 않도록, 옛 맛 그대로를 내기 위해 수작업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어깨가 결려 병원신세를 져야할 정도지만 기계 손을 빌리지 않는 장인정신이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있다.

메뉴 또한 20년 전 그대로 딱 네가지가 전부이다. 칼국수와 수제비, 만둣국, 냉콩국수. 주로 손님들은 한가지 메뉴만을 시키지 않고 칼국수와 수제비 또는, 칼국수와 만두국을 썩어 주문한다고. 가격은 모두 4천원. 7년 동안 3천500원을 받다가 밀가루 값이 올라 올해 500원을 올렸다.

쟁반을 이고 배달을 하는 것은 전 사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오토바이로 배달 할 수도 있지만 배달 방식까지 예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주문이 들어오면 쟁반에 칼국수를 얹고 부리나케 달린다.

전 사장은 "며칠 전 헌혈을 하고 받은 통지서를 보니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으로 돼 있어 기뻤다"며 "발품을 팔아 배달하는 게 몸에도 좋은 것 같고 또 이제는 고향 칼국수를 알리는 자부심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장사를 하다보니 고향 칼국수를 거쳐간 인물도 다양하다. 역대 시장과 도지사,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운동선수도 고향 칼국수 맛을 보았다.

그래도 누구보다 반가운 손님은 맛을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 개업 할 당시 어머니와 함께 찾아와 장난스레 상을 닦아주던 어린이가 대학생이 됐어도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고 때로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 단체로 오기도 한다.

기독병원에 입원했다가 고향 칼국수 맛을 보고 기술을 배워 지난달에 양양에서 칼국수 집을 차린 사람도 있다고. 체인점을 내도 되겠다는 질문에 장 사장은 "하는 데까지 장인정신을 갖고 열심히 할 것이고 큰 욕심은 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칼국수를 먹고 있으면 아득한 고향이 생각날 듯.

▷문의: 742-7589(고향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