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아뜨르 드 라 빌(Theatre de la Ville)'은 우리로 치면 시립극장쯤 된다. 프랑스 대부분 도시에 같은 이름의 극장이 있다. 그 중 단연 독보적인 곳은 프랑스 파리의 '떼아뜨르 드 라 빌'이다.

세계적인 연출가와 안무가들이 이곳에서 초연을 한다. 그 중 독일의 전설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Pina Bausch) 역시 초연은 이 극장에서 한다. 피나 바우슈는 독일 어느 작은 도시의 시립무용단을 이끌고 있어 그녀도 시정부의 녹을 먹는 입장일 텐데 초연은 다른 나라 도시에서 하다니, 아마 우리 상식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무용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녀의 초연을 보기 위해 '떼아뜨르 드 라 빌'을 찾아 가는데 그 극장을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서성거리고 사람들에게 물어봐 겨우 찾은 곳은 내가 서성이던 바로 그 곳이었다.

시립극장쯤이면 도시의 랜드마크(Landmark)일 텐데 일반 시각으로 쉽게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허름한 외관 때문에 그냥 지나치게 되는 그 곳은 옛 동사무소쯤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은 세계 공연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극장이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작정하고 공연을 볼 요량으로 극장들을 찾았는데 한결같이 허름한 외관에 시설은 열악하다. 그렇지만, 극장 문에서부터 한 발짝씩 들어갈수록 공간은 예술성과 창의성으로 가득하다.

'떼아뜨르 뒤 갸흐'라는 극장이 있다. 철도 노선이 바뀌면서 폐쇄된 역사를 그대로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역사는 그대로 있고 내부에 객석과 조명시설과 관객들이 쉴 수 있는 까페만 갖추고 있다. 사무실은 철로위에 있는 고철 화물열차 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발은 축제기간중 약 800편의 공연이 올라간다. 그런데 아비뇽에는 상설극장 즉 전용극장이 네, 다섯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연장들은 1년 중 3주만 극장이 되고 그 외에는 창고, 성당, 교실, 주차장, 정원, 공사장으로 사용된다. 다시 우리나라의 문화공간들을 떠올려본다. 건물의 외형과 규모, 시설보다는 내용을 채울 수 있는 창의적 노력이 아쉽다.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겠지만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의 힘이리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