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여름휴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기름 값이 비싸 먼거리 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멀리 가지 않아도 피서하기에 좋은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호부터 8월 4일자까지 원주 인근에서 피서하기 좋은 곳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한다.

취병소로 들어가는 길 양쪽은 한참 자란 벼들이 녹색물결을 만들어 출렁인다. 논둑에 핀 야생화 꽃길을 몰랑몰랑 밟고 날아오르는 나비 떼 사이로 어린 잠자리가 따라 다니는 모습이 전형적인 농촌풍경이다. 가는 길에 '김두한 가옥 700m'라고 쓴 이정표가 보인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6호다.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둘러보고 가는 것도 좋다.

"봄에는 산이 활활 타들어가는 꽃을 봐서 좋고, 여름은 지금 보듯이 취병암과 함께 어우러진 녹음이 좋지요. 가을은 낙엽이 차례로 들었다가는 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낙이예요. 눈 쌓인 겨울 산 한번 보러오세요. 또 오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사람을 잡아끌어요."

이곳에서 십년넘게 강변여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길(52) 씨의 말이다. 연세대 법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 이곳에 정착했다는 이 씨는 취병소를 찾아오는 사람들 만나는 재미에 빠져 눌러 앉았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엔 황금찬 시인 등 30여명의 시인들이 찾아와 주변경치에 찬사를 보냈다고 자랑한다.

이곳은 섬강 줄기여서 물이 깨끗한데다 수량도 풍부한 편이어서 물놀이하기에 적당하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 싫고 가족들끼리 텐트치고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권할만한 장소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치도 수려해 아침, 저녁 분위기가 그럴듯하다. 흠이라면 그늘이 없다는 것. 천막이나 텐트가 없으면 한낮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강 건너에 그늘진 곳이 있지만 배가 있어야 한다. 오후3시 이후에 들어와 밤늦게까지 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인근에 시설이 좋고 아늑한 펜션단지가 생겨 숙박하면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강변여정 위쪽으로는 전원주택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 슬슬 걸어서 전원주택 단지까지 올라가면 환상적인 자연의 조화에 울컥해진다. 취병소 아래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늪지대에는 청둥오리며 왜가리들이 떼를 이루고 있어 볼만하다.

고려해야할 점은 물놀이를 가는 시점. 취재를 다녀온 지난 16일에는 듣던 얘기와는 달리 물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기 때문. 그렇다고 물놀이를 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강변여정 이 사장에 따르면 큰 비가 한번 오면 물밑에 쌓여있던 퇴적물이 떠내려가 깨끗해진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다.

먹을 것은 집에서 준비해 오는 것이 좋겠다. 가까운 곳에 슈퍼마켓 등 생필품을 구입할만한 곳은 없다. 7월말부터 수상안전요원이 상주한다.

주변 볼거리

주변에 드라이브하면서 볼만한 곳이 서너군데 있다. 취병소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옛책고을 박물관(732-6669)은 자연녹원사슴농장을 운영하는 박옥순 씨가 20여 년간 수집한 교과서 위주의 고서 5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물이 맑고 경치도 좋은 취병저수지도 들러 볼만하다. 그밖에 취병사슴농장(731-7089), 선진사슴농장(732-5160)도 있다. 들어오던 길에 있었던 김두한 가옥은 원주목사와 남원목사를 지낸 김탄행 (1714-1774)의 묘를 관리하기위해 지은 집이다.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김두한의 집인가 하고 갔다간 실망한다(5분 정도).
　
먹을거리 

문막읍에서 10분 거리이므로 선택의 여지는 넓다. 강변여정(734-5550): 매운탕이 끝내준다. 미리 예약하면 장어, 닭, 보신탕도 된다. 숙박도 가능하다.

▷홍갈비가든(734-2881): 25년 전통을 자랑한다. ▷대감집(734-5637): 보리밥 전문집. ▷옛날묵집(735-0201): 묵밥, 칼국수, 콩국수
　
숙박시설

▷호암산장팬션(734-3020): 독채형. 조용하고 물 맑고 시원해서 가족들이 머물기에도 아주 좋다. 예약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구룡산장(011-363-0636): 호암산장처럼 크지는 않지만 집처럼 편안한 곳이다.
　
찾아 가는 길

문막IC를 지나 여주방향으로 직진하다가 '건등리'라는 이정표가 나오면 우회전한다. 계속 그 길만 타고 가다가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강변여정'이라는 음식점이 나온다. 더 이상 갈 수 없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