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수만 마디의 말을 하며 산다. 남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말만을 하면서 살아간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항상 그와는 정반대의 말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고, 또 많은 아픔을 받기도 하였다.

나는 가끔 무심코 던진 한 마디로 많은 후회를 하거나 반성을 하곤 한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 보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그 말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곤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 만큼 말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말 것과 직접 보고 들은 것이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라면 입을 다물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가끔 이십 수 년 전 내가 했던 실수를 떠올리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곤 한다. 우연한 기회가 있어 군 생활 시절(해군복무) 외국 여행을 2개월 정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인데 호놀룰루 시내의 한 클럽에서 있었던 일화이다. 클럽 안의 당구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미국인들끼리 당구치는 모습을 구경하며 내가 당구에 관심을 보이자 그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당구 한 게임 할 것을 제안하여 엉겁결에 그 사람과 당구를 치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제법 당구실력이 있었던 터라 전혀 경험이 없던 포켓볼 게임이었는데도 첫 게임을 이기게 되었다. 다시 한 게임 할 것을 제안하기에 두 번째 게임을 하였는데 이마저도 이기게 되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당구를 치면서 내가 그들에게 한 말이 문제가 되었다.

나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가 실수할 때마다 우리말로 비웃거나 욕을 하였다. "짜식, 그따위로 쳐서 네가 나를 이길 수 있겠냐?" "야 임마! 똑바로 쳐라! 좀!" 등등. 두 게임이 진행되는 이십여 분 동안 나는 잠시도 쉬지 않고 그에게 빙긋이 웃으면서 욕을 해대었다. 게임이 끝난 후 그가 하는 말, "당구 참 잘하네요." 나는 이 말을 무심결에 듣고 "응, 좀 친다" 라고 대꾸를 했는데 아뿔사! 그의 말은 순 우리말이었던 것이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배운다는 욕을 해댔으니….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나는 서툰 영어로 "한국에 온 적이 있느냐? 무엇 때문에 한국에 왔느냐?" 질문을 하며 허둥대었는데, 나의 이런 행동을 태연하게 받아준 그 미국인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의 그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그 미국인이 한국에서 3년간 군대 생활한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나는 지금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붉어진다. 그 때 이후로 말과 관련된 생각과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어김없이 이 일이 생각난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사람, 말 한 마디로 분위기를 괜찮게 만드는 사람, 불평과 원망, 다툼이 있는 자리에 끼어들면 멋지게 수습이 되게 하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내에게, 아들들에게,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맛깔스럽게 말하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반드시 오겠지!" 하는 바람으로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이제 우리 이렇게 살아봅시다. 남에게 들은 재미있는 비밀이 있어 입이 근질거린다 해도 한 번쯤은 참을 수 있는 사람, 치밀어오는 분노가 있어도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부정적인 언어보다 긍정적인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가 아니라 아궁이에 불을 때도 연기가 나지 않는 그런 묵묵함을 가진 사람으로….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성경말씀 중 잠언서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잠언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