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발전 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느냐는 자치단체 공무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원주시와 같은 중소도시는 더욱 그렇다. 인구 수에서 보면 결코 작지 않은 도시지만 원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무원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주시 공무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공무원의 자세는 말로는 국민을 섬긴다고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국민위에 군림해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권위의식이다.

또한 소신을 가지고 일하기 보다는 최고 인사권자의 눈치나 보는 무사안일이다. 원주시에는 시장만 있고 공무원은 없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있다.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공명정대(公明正大 )해야함에도 여전히 개인적인 친소관계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공무원에게 잘 보여야 떡 고물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공무원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서 공무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민원인들을 대하는 태도나 민원을 처리하는 자세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늬는 달라졌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속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공무원들을 힘이 있는 집단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보면 원죄는 공무원들에게 있다.

흔히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지방자치의 양대 수레바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치단체가 지방의회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시의회를 경시하는 집행부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을 대표해 시정을 감시하는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그러할진대 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섬긴다는 것은 시민들을 존중하고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들 앞에서 설설 기라는 말이 아니다.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 주어진 권한을 자신의 힘으로 착각해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행정업무에 임하는 자세도 윗사람 눈치를 살피기 보다는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느끼려는 자세가 확립돼야 한다. 또한 말단 공무원이든 간부든간에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

1천여명이 넘는 원주시 공무원 모두가 이러한 자세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친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