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시작된지 13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앙집권적이다. 정치도 행정도, 경제도 사회도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다.

중앙집권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중심에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버티고 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서울에 종속적인 구조가 깨지지 않는 것은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법적·제도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나 경제 등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역주민들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지역사회 분위기까지 중앙에 종속되거나 휩쓸려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서울이나 전국적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원주만의 자존적인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보면 지역공동체의 회복이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은 물질이나 현상적인 삶의 질과는 상관없이 정신적인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리더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생각은 중앙정치와 거대 담론에 머물러 있고 서울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속에 주변부로서의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지역민들이 서울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성숙한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면 물질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해도 삶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30만명밖에 되지 않는 주민들이 소지역주의, 빈부격차, 사회적 신분, 출신학교, 지역연고, 정치적 이념 등으로 세분돼 서로 자신들의 이익과 이해만을 관철하려 하다보니 지역공동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지역사회가 돼 버렸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유가로 인해 국가경제가 시름에 빠지면서 서민들의 삶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이 문제는 자치단체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지역사회 리더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마음만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느낌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